1996년 미국 보스턴에서는 3만8천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놀랍게도 1위~7위까지 케냐선수들이 휩쓸었다는 점이다. 국민소득 500달러도 안 되는 경제사정도 그렇지만 선수개개인의 과학시스템에 의하여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케냐는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가 아닌가. 물론 폐활량은 다른 사람들보다 2~3배 좋다고 한다. 자동차와 전화가 없으니까 뛰어가는 것이 일상이다. 우수한 성적을 낸 원인이 무엇인가? 전문분석가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가장 처절한 고난환경이 가장 좋은 마라토너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영양부족으로 인해 살이 찌지 않아 마라토너에게는 몸의 슬림화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선진국처럼 잘 먹고 다이어트 하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불필요한 것이다. 한국인에게도 그런 고난의 시절이 있었다. 반만년의 역사 가운데 920여 번의 전쟁은 고난을 통하여 재기하는 오뚝이 역사를 창조해 냈다. 한국인의 특장인 학습동기 및 과업몰입이 결합하면서 민족의 에너지가 폭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까지 과거를 한번 반추해 보자. 필자가 기억하는 어릴 적 모습 또한 기억에 선한다. 정오만 되면 성당에서 보내는 종소리에 옥수수 죽을 배급받기 위하여 줄을 서는 모습은 일상이었다. 지금도 담임선생님과 찍은 흑백사진은 상의내의(런닝구)차림의 친구들의 모습은 보편화 되었으니까 부끄럽지 않는 시절이었다. 동네마당에 있는 공동화장실은 치열한 전투장면을 연상케 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파트문화가 정착되면서 화장실, 주방시설, 냉온수 자동조절장치 등은 삶의 질을 월등히 높였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변화된 화장실 문화야 말로 각종 전염병에서 벗어나는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여름마다 얼굴 버짐(피부병)은 비타민 부족에서 발생하는 질병인데, 방학 때만 되면 약사를 하는 이모부님 댁에 갔다 와서 약을 바르곤 했는데, 효과는 대단했다. 깨끗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소천 하셨지만, 따뜻하게 치료해 주시던 어릴 적 기억이 선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우리가 이런 가난과 질병, 그리고 고난이라는 장애가 있었기에 동병상린의 마음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가 뜨겁지 않을까 생각해 볼 때가 많다. 필자가 공항에 근무했기 때문에 입출국의 국민들의 형태, 출입국의 사유들을 볼 때마다 더욱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여름철만 되면 의약품, 의료기기를 가방에 잔뜩 싣고 휴가대신에 의료선교를 가는 민족이 우리다. 이 때 마다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그렇게 고난을 받았으니까 되갚는 마음으로 나서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필자가 존경하는 옥수수 박사로 유명한 김순권 교수는 아프리카에 가서 연구를 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고난을 얘기할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다. 이미 방송이나 저술을 통하여 많이 알려진 분이다. 바로 류태영 박사다.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노숙자와 같은 생활하며 그 속에서 주경야독으로 공부하며 나중에는 덴마크, 이스라엘에서 장학금으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이 분에 대하여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공부는 하고 싶고 돈은 없고 아이디어를 낸 게 편지를 덴마크 국왕과, 이스라엘 수상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물론 OK 이었다. 건국대 부총장으로 공직을 끝내고 지금은 농촌청소년미래재단을 설립하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어려운 가정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두 분을 볼 때마다 ‘고난 당하는 것이 유익이라’ 는 저자의 고백(시119:71)이 머리에 떠오른다.


 안승국 한국면세점협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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