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마이 리틀 텔레비젼’ 등 쿡방이나 먹방이라 불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에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또한, 인터넷에서 먹방을 진행하는 BJ들도 직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날이 먹방 BJ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문화의 트렌드가 언제부터인가 먹방으로 인식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 온 듯하다. 사람들은 왜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대리만족에 불과한 먹방, 쿡방에 빠지는 걸까?

혼자 사는 사람에게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을 동경하게 만든다. 먹방이나 쿡방에서 보여준 진행자와 셰프가 게스트와 함께 웃고 즐기며 맛있게 나눠 먹는 모습에서 외로운 현대인에게 TV는 대리만족하는 장소였다. ‘무엇을 먹느냐’로 인기를 끈 줄 알았던 먹방, 쿡방의 참모습은 함께 공유하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혼밥족(혼자 밥먹기 족)이 되고, 밥터디(밥+스터디)을 해야 했다. 그래서 한국의 식사 시간은 유독 짧다. 20대뿐만이 아니라 10대는 학업 스트레스, 30~40대는 직장 생활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이 없는 이들은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다른 사람의 먹방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시청함으로써 같이 무엇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형성하거나 소외감을 덜어내려 한다. 그래서 그림의 떡인데도 불구하고 시선을 떼기 어렵고 계속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사실 ‘먹방 열풍’은 바쁜 일상에 치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점심·저녁도 대충 때우는 우리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좌절을 겪게 되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먹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쿡방은 보는 사람들을 훈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15분 동안 냉장고 속 평범한 재료로 멋진 요리를 만드는 두 셰프의 경연장이었지만 바쁠 때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유니셰프’들의 모습과 타인의 음식에 감탄하며 칭찬을 주고받는 모습은 따뜻한 가족이자 친구의 모습처럼 보인다. ‘먹방 열풍’이 우리에게 먹는 것에 대한 행복과 음식이 주는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라는 뜻깊은 의미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박소현 안곡고 미디어경청 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