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사장님! 오늘은 얼마나 버셨어요?’란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의 현실이 너무나 암담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70만 명으로 인구 비율로 볼때 세계 1위다. 이 가운데 18만 명이 식당에 생존권을 건다. 통계에 따르면 생존율은 10%. 열명중에 한 명만 살아 남는다. 폐업을 하더라도 권리금은 한푼도 못받는 적자이거나 빈손으로 털고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과 폐업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결국 돈버는 것은 건물주와 인테리어업자, 프랜차이즈 본점 그리고 폐업을 정리해 주는 업자들이다. 이게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렇다보니 내년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치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16.4% 7,530원 인상으로 월 1,573,770원이다. 역설적으로 내년부터 거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16.4% 줄어든다는 얘기다. 경기지역 소상공인들도 뿔이 단단히 났다.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이번 대폭 인상안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대폭적인 인상안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했다. 또한 골목상권의 주역이자, 내수 경기를 든든하게 받쳐오며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다해온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하는 정책으로는 제대로된 내수경기 활성화도, 소득 주도 성장도 이루기 힘든 목표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 업계를 살펴보자.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3만3천여 개. 점포 하나에 하루 동안 7명의 직원(주간 5명, 야간 2명)이 일한다. 주간 근무의 경우 현재 통상임금보다 1,60원 늘어난 7,530원, 야간의 경우 1,590원 증가한 1만1,295원을 지급하게 된다. 전국 3만3천여 개 편의점에서 하루에만 36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하면 1조3천억원 규모다. 대형마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3사의 경우 현재 최저임금보다 다소 높은 액수를 시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들 3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될 금액만 무려 700억원 규모다.

셀프 주유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한국주유소협회에는 셀프주유소 전환시 비용 지원에 관한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일반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바꾸려면 1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인건비 부담보다 낫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5만 여 명이다. 셀프주유소가 20%만 증가해도 1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은 2014년까지는 최저임금의 80%만 적용했으나 2015년부터 100% 적용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만큼 아파트에서 감시.단속 근로자의 임금을 반드시 인상해야 하고 그 인상분은 고스란히 입주민들이 1/n로 부담해야 한다. 결국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인상분을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전가시키기 보다는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경비원, 미화원을 해고하는 쉬운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커 ‘경비원 대량해고’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피해 업종에 대한 ‘재정 투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액을 반영할 여건이 안되는 영세사업자들에게는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다. 1인당 월 12만 2천 원으로 3조 원 규모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의 추가 인건비 부담예상액은 정부 계산과 차이가 크다. 중기중앙회가 추정하는 내년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15조2천억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공무원 임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현재 재정규모로는 최저임금 인상 파장을 보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증세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에 찬성했다. 리얼미터의 증세 방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한다’(매우 찬성 71.6%·찬성하는 편 14.0%)는 의견이 85.6%, ‘반대한다’(매우 반대 4.1%·반대하는 편 5.9%)는 10.0%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4.4%였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88.9%), 대구·경북(88.6%), 대전·충청·세종(87.9%), 서울(85.7%), 광주·전라(83.7%), 부산·경남·울산(78.1%) 등 모든 지역에서 찬성하는 의견이 높았다.

돌이켜보면 19대 대통령 후보자들 모두는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었다.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임기내 1만 원을 제시했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이렇게된 이상 이제는 최저임금 인상, 그 자체에 소모전을 하기 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을 완화할 해결책에 촛점을 모으는 것이 현명하다.


표명구 경제부장·고양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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