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가 청소노동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달 초 청소관리 자회사를 만들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135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청소노동자들은 경희대학교의 일원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일할 맛이 난다고 기쁨을 표했다. 연 초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매우 기뻐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은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면서 고용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자회사 대표인 조진원씨는 경희대가 자회사 모델을 선택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전근대적인 기업문화나 관습이 극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희대의 이번 성과는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였다. 학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명 ‘경희모델’을 구상했던 것이다. 자회사 모델을 찾기까지 많은 제안과 논의들이 있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산학협력단 산하에 ‘케이에코텍’이란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임금이나 복지, 근로환경 등 세부 내용들은 협의 중이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뤄낸 것만으로도 다른 대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러 대학들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시급 인상과 정규직 전환 등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과 농성 등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25일부터 비정규직 노조가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시급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화여대에서도 전면 파업과 학교 본관 점거농성 결과 청소·경비·주차·시설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 250여명의 시급이 기존보다 830원 인상됐다. 그밖에 고려대·홍익대·숙명여대 비정규직 노동조합도 시급 인상 요구 집회를 진행 중인 상태다.

경희대의 이번 성과는 대학은 물론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새 정부의 핵심 과제다. 정부는 지난 주 850여 개 공공부문 기관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인사관리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굳건한 기조다. ‘경희모델’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등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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