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안산시 시랑체육관에서 열린 2017 안산 상고초려 4호선 학교스포츠클럽 배우구리그에 참가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입장을 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경기에 졌는데도 즐겁긴 처음이에요.”

30일 ‘상고초려 4호선 배우구 리그’ 1라운드 경기가 진행된 안산 시랑체육관에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여느 대회처럼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참가자 모두 배구 자체를 즐겼다.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상대팀에게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신명나는 배구축제를 방불케 했다.

경기도형 생활체육 혁신모델(경기사랑 클럽리그)이 배구리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 앞서 도는 승리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진정한 재미를 알아가고, 어울림의 가치와 인성 등 사회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차별화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축구(초등부)와 배구(고등부), 농구(중·고등부), 풋살(대학부)이 시범종목으로 선정된 가운데 배구가 가장 먼저 선을 보였다.

이날 개막한 배구리그는 오는 12월까지 5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리그 명칭에는 도가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추구하려는 핵심 가치들이 집약돼 있다. 바로 즐거움과 참여, 배움이다. ‘상고초려’는 안산 상록고와 고잔고, 초지고 등 참가팀의 앞 글자에서 따왔고, 마지막글자인 ‘려(여)’는 배구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함께 모여 즐기자는 뜻이 담겨 있다. 즐거움 못지않게 스포츠를 통한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배우구’리그로 이름을 지었다.

리그는 9인제 배구로 전기와 후기로 나뉘어 1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토요일에 한차례씩 경기가 열린다. 참가자는 선수 경력이 없는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한정했다. 프로배구단 안산 OK저축은행이 리그를 후원한다.

이번 리그에서는 재학생 남녀 3팀과 졸업생 2팀 등 총 8개 팀이 기량을 겨룬다.

기존 스포츠클럽 대회와 다른 점은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리그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매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리그 운영총괄을 맡은 조종현 고잔고 교사는 “시작은 좋았지만 이전 스포츠클럽 대회도 사실상 승패를 중요시하는 엘리트 대회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리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배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리그 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날 1라운드 경기에서 학생들은 직접 선심과 부심을 봤다. 앞으로 소정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주심도 맡게 된다.

흥미를 높이기 위해 경기 방식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기존 배구 코트에 ‘V-ZONE’을 그려 구역 별로 점수를 다르게 매길 방침이다. 학생들이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고, 역전이 비교적 쉽다는 이점이 있다.

1라운드를 마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 4월부터 배구를 시작한 박정원(상록고·2년) 양은 “팀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회에 나가면 초반에 허무하게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도 아쉽게 졌지만 다음 경기가 많이 남아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잔고 OB팀원인 전기천(경기대·1년)은 “재학생 때 대회에 나가면 꼭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 리그에서는 친구들과 배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