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패러독스/잭슨 카츠/갈마바람/516페이지


여성들은 폭력의 공포를 일상적으로 느끼며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남성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할 가능성 자체를 생각 하지 않지만,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창문을 잠그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잔에 채워진 술은 마시지 않는 등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이렇게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여성에 대해 서술한 책 ‘마초 패러독스’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잭슨 카츠는 성폭력 예방과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 활동가이자 교육가, 작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성폭행을 예로 들면, 피해자의 성별에 상관없이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폭행을 여성의 문제로 치부한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우리가 역사적으로 폭력을 범하는 쪽이 남성이라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고 오로지 ‘여성에 대한’이라는 부분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어 여성폭력이라는 역사의 비극은 남성들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성폭력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남성의 힘과 지배력, 여성의 복종과 종속을 미화하고 그것들에 성적 매력을 부여해온 문화의 한 극단이라고도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 뒤에 항상 뒤따르는 현상인 남성의 거부감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그는 여성 폭력에 대한 논의가 더딘 이유는 대부분의 남성이 성폭력을 조장하거나 용인하는 문화에 자신이 관련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여성폭력을 남성 문화와 연결 짓는 것은 ‘남성을 혐오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일 뿐이고, 괴물 같은 일부 남성의 일탈 행동이 문제이며, 자신은 여성폭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며 침묵한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남성 또래 문화의 특수한 환경을 든다. 저자는 남성다움의 프레임에 갇힌 남성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해 침묵을 유지한다고 말한다.

뒤이어 저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문제를 제대로 규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며, 폭력을 행한 당사자에 대한 조명도 중요하지만 폭력적인 남성을 양산하는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더 많은 남성들이 이 논의의 장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하며, 여성폭력의 문제가 남성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남녀의 상하관계적인 프레임을 깨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누군가에겐 공감을,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주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게 해줄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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