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치는 여름이다. 그래서 그런지 광명동굴 얘기가 자주 나온다. 긴팔 옷을 입고 가야할 정도로 시원한 곳이라니 안 가본 사람들은 가고 싶어진다. “더운데 광명동굴이나 한번 가볼까”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인터넷 카페, 밴드 등에서는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드디어(?)’ 가봤다는 부모들의 광명동굴 관람 후기가 시시각각 올라올 정도다.

연중 12~13℃를 유지하며 폭염 속 도심 피서지로 ‘핫’한 광명동굴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2015년 유료 개장한 이후 1년 9개월 동안 광명동굴을 다녀간 관광객은 24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42만 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2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쯤이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 수준의 관광지로도 볼 수 있다.

40여년 전 문을 닫은 폐광산은 어엿한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했다. 1912년 일본인들이 처음 개발한 뒤 1972년 7월까지 60년간 금과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하던 광산은 20여년간 방치됐었고, 10년 가까이 인근 소래포구에서 생산한 새우젓 보관 장소가 됐다가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 버려진 흉물에서 기적이 만들어졌다.

광명동굴을 가본 사람은 기대 이상의 볼거리에 놀란다. 여름을 맞아 동굴 속 공포 체험이 오싹함을 선사하고, 동굴벽면을 활용한 영상 미디어 쇼는 화려함으로 화제가 된다. 지하 암반수를 이용한 아쿠아 월드에서는 토종물고기를 만날 수 있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광산의 역사도 배울 수 있다. 각종 와인도 시음할 수 있다. 구름관객을 몰고 올만 하다.

거대한 문화관광 공간이 된 광명동굴은 입지도 탁월하다. KTX광명역과 5분, 서울 여의도와 30분, 인천국제공항과 30분 거리에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관광지로 최적의 교통 조건을 가지고 있다. 광명역을 거점으로 전국의 관광지로 흩어지는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러보는 곳이 됐다.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KTX광명역 반나절 여행코스로 이미 자리 잡았다.

기가 막히는 곳에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로 먹거리를 창출해 놨으니 광명동굴이 광명시의 효자 관광상품으로 등극하게 된 것은 당연지사. 2011년 43억원에 매입한 폐광산의 자산가치는 그동안 37배 불어나 1천530억 원이 됐다. 지난해 광명동굴은 입장료 등 수입으로 100억 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따르면 광명동굴은 매년 137억2천만 원의 수입이 발생하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77억6천만 원이 지출돼 59억6천만 원의 순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광명동굴은 광명시가 지난 3월 ‘채무 제로’를 선언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광명은 동굴 개발로 자산가치 증가뿐만 아니라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성공했다. KTX광명역과 함께 광명의 도시브랜드를 알린 대표적인 지역 특성화 상품이 됐다. 일자리 창출 등의 유무형 가치 상승은 연쇄효과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광명동굴이 화려한 변신을 마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로 지속적인 콘텐츠를 더해 가지 않으면 사업성이 지속 될 수 없다. 웬만한 사람들이 한번쯤 가본 곳인데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면 향후 관람객수 감소에 따른 수익악화 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광명동굴이 한국의 블루마운틴이 되려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광명시와 시의회에서는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시의회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광명동굴 사업이 불투명한 예산집행 의혹이 있고 ‘돈 먹는 하마’라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감사 청구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광명동굴 개발 사업 등에 관여하는 광명도시공사의 운영 조례도 개정 의결해 시 집행부가 도시공사를 통해 광명동굴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데 제동을 걸었다.

역대 시장들도 광명의 숙원사업으로 선거 때마다 공약집에 한 줄은 넣었던 폐광산 사업을 기자 출신 양기대 시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뚝심있게 추진해 광명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치적이 언론을 이용한 홍보 효과로 부풀려진 거품이라면 이내 꺼질 수 있다. 시장과 당이 다른 시의원들이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시장의 치적에 대한 흠집내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구름 관객은 광명동굴에 대한 잡음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박현정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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