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정 평전/주둥룬/더봄/312페이지


촛불운동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개혁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개혁가인 장거정(張居正)의 이야기가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화제다.

‘장거정 평전’은 중국 명나라 말기, 무너져가던 왕조를 개혁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관료 장거정에 관한 책이다. 당시 중국 유가정치 내에서 개혁은 황제는 물론 기득권층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하지만 장거정은 정통 유학관료로서 법치를 내걸고 개혁을 실시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정치의 핵심은 무엇보다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 판단한 그는 어린 황제와 태후의 절대적 신임 아래 권력의 중심에 섰다. 이후 그는 10년 동안 내각의 총책임자로서 전권을 행사하며 오랫동안 백성을 울려왔던 폐단들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개혁해 나갔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다소 무리하게 추진했던 그의 개혁은 그가 죽고나자 황제의 변심으로 인해 모두 좌초 되고 말았다. 여느 개혁가와 같이 기득권층의 반발을 막지 못했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의 후손들은 명나라와 함께 비참하게 추락했다.

이 책의 저자인 주둥룬은 장거정이라는 한 인물이 권력의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기다렸던 긴 시간, 권력의 전면에 부상하는 과정, 어린 황제(만력제)와 교류 했던 인간적 연민, 사직에 쏟았던 열정 등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려운 일이며,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추천으로 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박 시장은 추천사에서 “장거정의 이야기는 개혁이 한 개인의 탁월한 능력이나 절대권력만으로 이뤄졌을 경우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한민국은 개혁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로 지도자의 능력과 의지 역시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웃나라의 한 정치인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이 책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 역시 그의 경영 철학을 담은 저서에서 이 책을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점과. 역대 개혁가들의 삶과 개혁의 진행 과정을 거울로 삼아 개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개혁은 혼자만의 책무가 아니라 이 시대의 리더, 지성인 모두의 책무이기도 하다는 것을 밝힌다. 이 책은 개혁에 대한 온고지신이자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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