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틀고 열대야에서 벗어나려다 디스크에 발목 잡혀



허리디스크로 정형외과 치료를 받으며 호전되고 있던 A 씨는 어느 날부터 다시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을 심해진 날의 공통점은 열대야에 지쳐 더위를 참지 못하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잠이 든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에어컨 가동과 허리디스크.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 관절과 근육을 경직시키는 밤샘냉방



일반적으로 여름철 냉방기의 과다 사용이 냉방병을 일으킨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척추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A씨가 느꼈던 증상과 같이 에어컨 가동 후 디스크의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냉방으로 인한 혈관 수축 때문이다. 냉방기기의 냉기에 장시간 노출되게 되면 냉기가 뼈 속 깊이 파고들게 되고, 말초신경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체내 지속적인 냉기 유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목이나 허리 쪽의 근육과 관절을 굳게 만들고 몸이 경직되게 한다. 그렇게 경직된 관절부위의 근육은 척추를 지탱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약해진 척추 부위는 기침이나 재채기와 같은 작은 동작에도 쉽게 무리가 가해져 목과 허리 통증이 발생시킨다. 이것이 심해질 경우 허리디스크까지 발병시키거나 더 악화시킬 수 있다.



▶ 여름철 더위를 피하며 관절을 지키는 방법



그렇다면 냉방기기 없이는 잠들기조차 힘든 열대야가 계속 되는 지금, 관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근육과 관절의 경직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 중 냉방기기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열대야가 심해 잠에 들기 힘들 때는 냉방기기를 가동시켜놓고 자는 것 보다는 자기 전 미온수 샤워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가동시킨 후 잠에 들어야 한다면 약한 냉방을 하되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까지 과도한 냉기가 몸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약 시간을 설정하고 잠에 들어야 한다. 특히 허리디스크나 목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에어컨과 선풍기의 냉기를 직접적으로 맞는 것을 피해야 한다. 냉기를 직접 받게 되면 아픈 부위의 체온이 낮아져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냉방기기를 틀어 놓은 후 척추의 통증이 발생한다면 온찜질을 통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1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호전 없이 더 심해진다면 병원을 방문해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통증을 방치하면 디스크 질환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호영기자

도움말 : 구형모 이춘택병원 제 2정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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