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정부를 대표해 처음으로 직접 사과하고 위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지난 2011년 발생했지만 이전 두 정부를 거치는 동안 두 명의 대통령과 네 명의 주무장관 그 누구도 정부 책임 인정과 사과에 소극적이었었다. 오히려 가해 기업과 피해자 간의 문제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사과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정부의 책임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청와대에서 이루어진 면담에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는 10대 피해자와 가족 대표 등 15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의 고통을 대통령에게 얘기했고, 사연이 담긴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비롯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대통령에게 특검을 통한 재수사와 대통령 혹은 총리실 직속의 전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 피해 구제 계정에 정부 예산으로 일부분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피해자들은 대통령과의 만남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고 토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의 대표 강찬호씨는 문제가 터진 지 6년이 된 지금까지도 피해 판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기본적인 해결 방법들도 나오지 않았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이제 대통령이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재정을 투입하여 피해자 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 만큼 사태 해결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제품으로 만들었고, 정부가 이를 인가하여 판매했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기업의 책임이지만 정부의 책임도 분명하게 있다. 6년 만에야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피해자들의 절규에 국가가 응답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 이번 대통령과 피해자의 만남과 정부 책임 인정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의 큰 전환점이 되기 바라며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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