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은 없었다"고 도 관계자가 해명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경기도주식회사 제1호 제품인 경기도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클락’ 출시에 발맞춰 도청 내 전 부서별로 활용계획 검토를 지시한 사실은 어느모로 보나 은근한 구매를 권유하는 것 같아 논란이 일기 충분하다. 그 이유는 일각 이라 해도 남경필 경기지사의 역점사업인 경기도주식회사가 처음 출시한 제품에서다. 그래서 이 제품을 한껏 올리기 위한 내부 구매가 아니냐는 약간은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예전 같으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얘기들이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진 지금에 아직도 이런 은근한 입김들이 여기저기에서 불어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일단 본보가 취재한 바로는 도가 지난달 25일 부서별 주무팀장, 서무담당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재난안전키트 ‘라이프클락’의 확대·활용방안과 관련된 회의를 가졌는데 경기도주식회사가 제작한 라이프클락안의 내용물은 조명봉, 호루라기, 구호요청깃발, 보온포, 압박붕대, 긴급상황연락카드(ICE카드)로 구성된 시계 형태의 재난안전키트다. 가격은 1개당 3만9천 원대로 책정됐지만 개인마다 이를 보는 시각도 다르기만 하다. 그런데 서서히 얘기가 달라지는 것은 당일 회의에서 도가 각 부서별 라이프클락 활용 계획·구매 희망수량·공급희망일 등을 작성해 제출하라는 문서를 배포하면서다. 이 얘기를 해당 공무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부터가 문제였다. 사실상 부서별로 라이프클락 구매를 강요하는 내용의 활용계획으로 여겨지면서다.

실제로 당일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도 “각 부서별로 활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한 뒤 매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고 제출기한이 있었지만 사실 짧은 시간에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힘들어 아직 어떻게 활용할지 검토 중이다”라고 어정쩡한 말을 하는 이면에는 전체 상황의 애매함이 묻어난다. 일단 이 모든 정황에 도는 각 부서별 활용계획을 종합해 남경필 지사가 휴가에 복귀하는 다음주 중 주요도정점검회의에서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쯤에서 책임있는 사람이나 부서에서 일을 마무리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볼멘소리들이 퍼지면서 공직사회에서는 남 지사에 대한 과잉충성의 발로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짐작하다시피 대개의 이런 일들은 알아서 처리되기 마련이다. 강제성 없이 각 부서의 자율에 맡겼다고 설명했지만 도지사에게 보고되는 사안인 만큼 부서별 자율적으로 구입 여부를 검토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경기도 출자기관인 경기도주식회사 제품이라해도 18개 도내 민간기업이 함께 제작해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여서 일종의 특혜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강제가 아니라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공무원들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구조로 유통되면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다. 도청사 여기저기에서 세금 낭비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가 그것이다. 민간 회사에서 제작한 제품을 도비로 구입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라는 주장이다. 좋은 의도라 해도 받아들이는 측에서 아니라면 그만이다. 세월이 바뀌고 있음을 진작에 간파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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