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경이 5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 72.6천69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대회 3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자유로운 영혼’ 김인경, 옷도 클럽도 ‘내 맘대로’ 의류·클럽 계약 사절…수입 짭짤한 서브 스폰서도 사양



골프 선수, 특히 정상급 선수의 옷은 온갖 상표와 로고가 훈장처럼 달려 있다.

얼마 전 US여자오픈을 제패한 박성현(24)의 상의 오른쪽 가슴에는 빈폴(의류), 왼쪽 가슴엔 LG전자, 그리고 셔츠 깃에는 아우디(자동차) 로고가 박혀 있었다.

양쪽 소매에도 후원 기업 이름을 새겼다.

박성현뿐 아니라 유소연(27), 박인비(29), 이미향(24) 등 올해 시상대에 오른 선수 옷에는 대부분 후원 기업 이름이 빼곡하다.

옷에 달린 로고에서 빠지지 않는 게 선수에게 옷을 제공한 의류 회사다.

골프 선수는 골프 의류 브랜드에게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경기 내내 TV 중계 화면에 노출되는 정상급 선수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광고 매체나 다름없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그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의류 브랜드 후원을 받지 않는 선수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하지만 지난 7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인경(29)의 옷차림은 다른 선수와 많이 달랐다.

김인경이 입은 티셔츠와 카디건에는 메인 스폰서 한화 로고 하나만 달랑 달려 있었다.

티셔츠와 카디건은 김인경이 제 돈으로 산 것이다. 경기복을 제 돈으로 사서 입는 정상급 투어 프로 선수는 김인경이 유일하다.

김인경은 의류 후원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이유는 얽매이기 싫어서다. 의류 후원 계약을 하면 계약한 회사 옷만 입어야 한다.

김인경은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그 회사는 김인경에게 어떤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고 한다. 김인경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직접 사서 입는다.

김인경은 클럽 역시 특정 브랜드와 계약하지 않는다.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 때 김인경의 캐디백에는 무려 4개 브랜드 골프클럽이 꽂혔다.

우드와 하이브리드는 테일러메이드, 아이언은 미즈노, 웨지는 타이틀리스트 보키, 그리고 퍼터는 캘러웨이 오디세이 등이다.

한때 하이브리드는 로열 콜렉션 제품을 사용한 적도 있어 5개 브랜드로 캐디백을 채우기도 했다.

클럽 사용 계약은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수입원이다.

하지만 클럽 사용 계약은 족쇄로 작용할 때도 있다. 다른 브랜드 클럽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김인경이 클럽 계약도 마다한 이유 역시 얽매이기 싫어서다. 계약이 없는 김인경은 시즌 중이라도 마음에 드는 클럽이 있으면 언제든 경기에 사용할 수 있다.

김인경은 서브 스폰서도 사양한다.

골프 선수 스폰서십은 메인 스폰서가 모자 정면과 셔츠 왼쪽 가슴에 로고를 붙이는 대신 오른쪽 가슴이나 소매, 모자 옆면 등은 서브 스폰서가 돈을 내고 로고를 다는 방식이 지배적이다.

박성현의 옷에 달린 로고 가운데 빈폴과 LG전자, 아우디는 모두 서브 스폰서다.

서브 스폰서를 잘 활용하면 메인 스폰서 못지않은 큰돈을 만질 수 있다.

한화 골프단 정성우 차장은 “메인 스폰서가 양해하는 한도 안에서 얼마든지 서브 스폰서를 구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우리가 나서서 구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사양하더라”고 말했다.

스폰서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벌지만 스폰서 기업의 행사 등에 얼굴을 비쳐야 하는 등 ‘돈값’을 해야 한다. 일정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김인경은 서브 스폰서 계약을 기피하는 이유 역시 ‘자유’를 잃는다는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김인경은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후에도 매니저와 단둘이 유럽 여행을 떠났다.

또 스폰서 기업 행사 대신 자선행사나 봉사 활동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기 돈을 써가며 한다.

김인경은 지금까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라며 적지 않은 돈을 선뜻선뜻 기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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