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해저드 바닥서 자체제작 도구로 골프공 훔쳐 되팔아
전국 골프장 무대로 범행…보관창고 마련하고 세척작업까지

▲ 전북 익산경찰서는 전국 골프장의 워터해저드에서 잠수복과 뜰채를 이용해 골프공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김모(3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의 창고에서 경찰이 압수한 골프공 모습. 연합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한 골프장에 김모(37)씨 등 3명이 나타난 것은 지난 6월 15일 오후 9시를 막 넘길 때였다.

 골프장 코스 사이에 있는 호수인 '워터해저드'에서 골프공을 훔칠 목적으로 경비가 느슨한 야심한 시간을 택한 것이다.

 

▲ 골프장 워터해저드. 연합 자료사진
펜스가 없는 골프장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운 이들의 트렁크에서 고개를 내민 것은 잠수복이었다.

 잠수복을 챙긴 이들은 은밀한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워터해저드로 슬금슬금 접근했다.

 익숙한 듯 잠수복을 입고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더니 자체 제작한 뜰채로 바닥을 쓸어 금세 골프공 몇 개를 찾아냈다.

 물에 빠진 골프공을 뜻하는 이른바 '로스트볼'이 준비한 바구니에 한가득 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2∼3시까지 은밀한 작업이 이어졌지만, 워터해저드 근처까지 순찰하는 경비인력은 없었다.

 보통 서울월드컵경기장의 5개 크기와 맞먹는 골프장 부지를 야간에 샅샅이 순찰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작업'을 마친 김씨 등은 골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전국의 골프장을 돌며 훔친 골프공은 무려 1만개가 넘는다.

 강원도 삼척과 정선 등의 골프장이 주 무대였고 전남 순천과 경북 영천, 경주까지 손을 뻗쳤다.

 김씨 등이 강원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유는 다른 지역에는 또 다른 '업계 종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권역을 나눈 셈인데, 주로 전북과 충남 등에서는 김모(60·여)씨와 유모(60)씨가 활개를 쳤다.

 내연 관계인 이들은 로스트볼로 쏠쏠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의 수법은 강원도 등에서 활동한 김씨 일당의 그것과 영락없이 똑같았다.

 워터해저드에 들어가기 위해 잠수복과 뜰채를 준비했고 야심한 시각에 펜스가 없는 틈으로 골프장에 침입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갔다.

 두 일당은 익산시 남중동과 춘포면에 각각 보관창고를 마련하고 로스트볼 세척작업을 벌였다.

 전문매입꾼에게 팔아넘기기 위해서다.

 로스트볼은 새 공에 비해 흠집이나 펜 마크가 있지만, 연습용이나 초보자용으로인기가 높다.

 흠집 정도와 코팅 상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정도로 매매가 활성화돼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골프장 관계자 등을 통해 로스트볼 전문절도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용의자를 상대로 통신수사와 탐문 등을 벌여 이들을 차례로 붙잡았다.

 유씨 등 2명의 창고에서 골프공 11만5천개, 김씨 등 3명의 창고에서 1만여개를 압수했다.

 이들은 "직업도 없고, 로스트볼이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여러 골프장을 다니면서 공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이들 중 일부는 로스트볼을 소유주가 없는 골프공으로 인식, 절도죄가 성립되지않는다고 판단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이들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로스트볼은 골프장의 소유라 몰래 가져가면 처벌을 받는다"며 "이들이 범행한 횟수와 장소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