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시 정상화 수순…실형 선고시 '비상체제' 장기화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연합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기일(25일)이 열흘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고 이후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이 어떤 형태로 전환할지에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선고 결과에 따라 경영 정상화 수순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느냐의 갈림길에 선다는 점에서 시나리오별 대응 방식을 놓고 재계 전체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원고나 피고측 항소는 불가피하므로 이번 소송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 한 삼성으로서는 항소할 수밖에 없고, 무죄 선고가 나온다면 특검이 항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물론 '무죄 선고'이지만 차선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집행유예를 통해 영어의 몸에서 일단 벗어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경우 이 부회장은 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의 실체는 사라졌으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서 '삼성호(號) 선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 회장 와병 이후 의욕적으로 진행해온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과 관련한 전략적 판단을 다시 주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장기간 구속 상태로 인해 심신 상태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완전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과거 미전실을 주축으로 한 그룹 차원의 경영이 아니라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가 강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총수 파워'가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경영스타일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유죄 선고와 함께 이 부회장이 교도소로 향하게 되더라도 삼성의 리더십이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공식적으로 4명의 상근 등기임원이 사업을 총괄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등 3명의 대표이사가 각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 자격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미등기 임원으로는 총수인 이 회장과 함께 총 13명의 사장이 각 부문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고, 이밖에 5명의 사외이사가 포진해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약 6개월간 '비상체제'가 큰 무리 없이 가동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촘촘한 경영시스템 덕분이다.

따라서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하더라도 당분간은 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게 삼성의 걱정이다.

3명의 대표이사는 모두 전문 엔지니어 출신이고, 사장급도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들로 꼽히지만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엄청난 규모의 그룹 살림을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아예 자리를 내놓거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일시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이 부회장 선고 이후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임원은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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