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맛, 정해진 조리방법의 프랜차이즈 음식보다는 정성을 들인 특색있는 요리를 내놓고 싶습니다.”

조진현(57) 대표의 깊게 파인 눈은 음식을 대하는 그의 진심을 담고 있었다. 조 대표는 과천에서 8년째 돈까스 전문점인 ‘장그미 돈까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IMF 사태 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다. 7년가량 음식점, 학원 등에서 수련했고, 2004년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맡아 운영했다. 하지만 조 대표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본사가 공급해주는 재료로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맞춰 만든 음식은 왠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14일 “2년간 음식체인점을 운영하면서 정해진 레시피대로 똑같은 맛을 만들어 내는 게 불편했다”며 “일괄적인 본사의 운영 방식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프랜차이즈 말고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내는 나만의 음식을 내놓고 싶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조 대표는 장인(匠) 정신으로 그릇에 맛있는(味) 음식을 담아내자는 의미로 음식점 상호를 ‘장그미’라고 지었다.

장그미 돈까스는 매일 엄선한 생고기를 사용하고, 7년간 연구해 만든 특제소스를 끓여낸다. 이런 정직함 덕분에 장그미 돈까스는 과천에서 알아주는 맛집으로 꼽힌다. 과천시가 선정하는 지역내 ‘착한 맛집’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그미 돈까스의 착한 가격은 요즘 조 대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과천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20~3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청사는 세종시로 떠났고, 주변 아파트 단지들은 올해부터 재개발에 들어가 원주민들이 대거 다른 도시로 빠져 나갔다. 조 대표는 “시에서 ‘착한 음식점’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했지만 죽어가는 상권을 위한 노력은 없었다”며 “더욱이 최근 들어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영세상인들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지난 8년간 음식값을 단돈 500원만 올렸다. 그것도 올해 들어들어 처음 인상했다.

그는 “재료비와 인건비가 무섭게 올라 운영이 어렵지만 그래도 찾아주는 단골 손님들 덕에 힘을 내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한 요식업이 아닌 손님에게 정성과 맛을 선물하는 요식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한 보육원에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두툼한 돈까스를 먹이고 싶어서다.

그는 “돈까스는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특히 더 좋아한다”며 “지금은 어렵지만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돈까스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창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그는 “여러 실패를 겪어왔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담백한 먹거리를 만들며 경제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멘토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보다는 속도, 봉사보다는 물질이 우선시되는 오늘날, 조 대표는 느리지만 우직한 발걸음으로 과천에서 장그미 돈까스를 지켜내고 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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