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2주년을 맞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의 참혹상을 다룬 영화 ‘군함도’가 상영되어 그 만행과 실상이 드러났다. 며칠 전 국가기록원은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담은 기록물 6천여 점을 공개했다. 이 자료 속에는 군함도를 촬영한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 속에는 군함도 전경, 갱도에서 캐온 석탄을 씻었던 세탄장, 조선인들이 살았던 수용시설, 감시초소 등 참혹했던 강제노역의 증거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공개된 사진들은 영화에서 보여준 군함도 내의 실상이 사실 그 이상임을 증언해주고 있다.

군함도(하시마섬)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해저탄광에서 석탄 채굴을 했던 나가사키현 인근 섬으로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되어 노역을 했던 곳이다. 이 기록물들은 일본 내 강제동원 연구자로 잘 알려진 하야시 에이다이씨가 수집하거나 직접 생산한 기록물들로 국가기록원이 일본 서남 한국기독교회관으로부터 기증받아 공개했다. 채탄 노역이 얼마나 가혹했으면 군함도를 ‘감옥섬’, ‘지옥섬’으로 불렀을까. 조선인 노동자들의 참혹한 역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지고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로 꾸려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강제징용 노동자의 집결지였던 서울 용산에 국내 첫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막했고, 이어 인천에서도 부녀 노동자상으로 제작해 제막식을 가졌다.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노동자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작년 8월에 일본 단바망간기념관에 처음 세워졌는데 이곳은 3천여 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노역을 했던 장소다. 현재 용산역 광장의 강제징용 노동자 상은 부지 사용 등에 관한 문제로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협조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어제 세계위안부 기림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고 많은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찾기도 했다. 평화의 소녀상이나 강제징용 노동자상 모두 일제의 비인간적·비인륜적 만행에 대한 규탄,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학대와 강제노역의 증인들이 생존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군함도를 근대 산업화의 산실로 격상시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는 제2의 만행을 저질렀다. 참혹한 과거를 왜곡시키고 덮으려는 일본의 적반하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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