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해자입니다/아카하타신문 편집국/정한책방/240페이지

2015년 전후 70년을 맞아 아베 총리가 발표한 담화는 아시아 주변국을 비롯한 세계인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아시아 주변국에 대해서는 교묘히 얼버무리고 진심 어린 사과도, 책임 소재도 피해 갔기 때문이다. 그 후 헌법 9조를 개악하여 ‘전쟁하는 나라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20세기 초반의 침략 전쟁을 다시금 시작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일본인들이 직접 일본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 ‘우리는 가해자입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일본에서 ‘참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카하타신문’ 편집국이 제작했다. 아카하타신문사는 1928년 2월 창간돼 일제의 군부가 폭주하던 1930년대 식민지에서의 즉각 철군과 조선의 독립투쟁에 대한 연대를 소호사는 논설을 1면에 게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반제국주의의 투쟁에 앞장섰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거침없이 보도하고 있어 일본 극우세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언론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이곳의 기자들은 직접 현장과 인물들을 만나며 취재한 참혹한 역사의 단면을 이 책에 담아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일본의 가해 사실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이들의 용기있는 고백은 건국대 중국연구원이 번역학술총서의 첫 판으로 발간됐다.책은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실태’ 부분에서는 만주사변과 청일전쟁, 러일전쟁에 이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조선 식민지배 과정, 태평양전쟁을 발발한 일본의 야망을 다룬다.

이어 그 연대기 속에 있었던 일본이 일으킨 잔인한 사건들을 고백한다. 난징 대학살 사건, 731부대의 생체실험, 일제의 화학무기 사용, 그리고 위안부가 일제가 조직적으로 성 노예를 만들어 이용하고자 한 결과였다는 내용을 증거문서와 함께 낱낱히 실토한다. 그리고 시점을 현대로 옮겨 아직까지 남은 상흔들을 유적, 유물, 증인 등을 통해 공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사과와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의 현 주소를 고발한다.

2부 ‘무모한 전쟁과 국민의 희생’에서는 일제의 야욕으로 인해 발생한 가해자들의 피해를 공개한다. 일제가 일으킨 진주만 공습으로 발발한 태평양 전쟁과 그로 인해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은 일본 국민에게 역시 원폭투하라는 막대한 피해로 돌아왔다. 또한 전쟁 중에 일제가 자국군과 자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가혹행위, 약탈, 탄압 등을 상세하게 고발한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을 일으킨 일제의 동기인 ‘대동아고영권’이 얼마나 허상된 논리인지, 그리고 그것이 아베정권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은 일본의 전후 세대가 쓰는 반성의 글로 아시아 주변국과의 화해와 공존의 첫 걸음이자,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하는 가림막이 될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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