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평가 받는 3대 문호 이노우에 히사시의 소설이다. 그는 1945년 떨어진 두 발의 원폭은 일본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재 전체에 떨어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당시 피폭된 사람들은 오늘날 핵의 존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을 대표해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타들어갔거나 혹은 타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1962년 방송작가 시절 취재차 히로시마를 방문했다가 원폭의 참상을 목격한 후, 평생에 걸쳐 반전·반핵을 외쳐오고 있다. 그는 그의 희곡과 소설 등에서 일관되게 일본의 전쟁 책임을 지적하는가 하면, 아베 정권이 개정을 추진 중인 평화헌법에 대한 수호를 위해 시민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저자는 일본이 원폭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왜곡이라고 본다. 일본은 명백히 전쟁을 일으킨 ‘가해국’아며, 그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국민을 희생시킨 원폭 문제의 경우 종전을 지연시키다 원폭투하를 자처한 천황과 지배층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원폭 3년 후,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사는 딸을 보듬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는다. 히로시마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미쓰에’는 하나뿐인 혈육 아버지를 원폭으로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간다. 어느날 미쓰에는 도서관으로 원폭 자료를 찾으러 온 한 남자를 만나고, 서로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미쓰에는 자신이 행복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그의 마음을 받아드리지 않는다. 어느날 이를 보다못한 미쓰에의 죽은 아버지는 유령이 돼 ‘사랑의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딸의 죄책감을 덜고 마음을 돌리고자 노력한다.
이 책은 일본의 양심이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점과 원폭의 문제는 두고두고 기억되며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