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개국투쟁사/홍기표/글통/428페이지


‘조선개국투쟁사’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세워지던 시기, 여말-선초의 권력투쟁을 담은 책이다.

여말선초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특수한 시간이다. 영화보다 드라마 같고 소설보다 극적이다. 책은 1374년 공민왕의 죽음부터 1398년 정도전의 죽음까지 약 24년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시간동안 정도전은 자신이 꿈꾸던 나라를 실제 눈앞의 현실로 그려냈고, 그 나라를 다음세대에 전했다.

‘용의 눈물’부터 ‘육룡이 나르샤’까지 여말선초의 권력재편과 조선 개국을 소재로 삼은 소설과 드라마는 많았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 정몽주 암살사건, 그리고 이방원의 왕자의 난까지. 이미 우리는 그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영웅담을 쫓는 사이 우리는 정작 꼭 알아야 할 근본적인 문제 하나를 놓쳐왔다. 그들은 왜 싸운 것이고, 왜 고려가 아니라 새로운 조선이어야만 했는지. 무엇보다도 그들이 세우고자 했던 조선이란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는 “조선은 권력투쟁의 와중에 우발적으로 만들어진 나라가 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태어난 아이다. 조선 개국은 ‘사상-조직-투쟁’의 3박자가 어우러진 교과서적인 혁명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성리학’이다.”라고 단언한다.

고려 말, 적폐와 폭정에 신음하던 민초들에게 유일한 위안은 ‘죽어서나 갈 수 있는 극락의 꿈’이던 그 때, ‘현실의 문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최신 외래사상인 성리학이 등장한 것이다.

성리학은 등장과 함께 적폐 청산과 새로운 나라를 향한 뜨거운 혁명이념으로 젊은 유생들을 열광시켰다. 도덕적인 나라를 향한 군주와 지배층의 도덕적 실천을 약속한 나라, 조선은 그렇게 태어났다.

조선개국투쟁사는 정도전을 비롯한 조선의 개국 공신들이 치열하게 돌파해 낸 투쟁과 혁명의 한 시대를 다룬 책이다. 공민왕, 반야, 우왕, 정몽주, 그리고 정도전까지 여말선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섯 사람의 죽음을 고리 삼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새로운 권력이 들어선 지금, 책은 여말선초를 돌아보며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묻고 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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