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병영처럼 학교 건물 배치하고… 군국주의 잔재 '구령대' 곳곳에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지 72주년을 맞았지만 인천지역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학교 건물 배치는 일제강점기 병영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인천지역에 신설된 9곳의 학교 운동장에는 구령대가 없다.

구령대를 일제강점기 군국주의 문화의 잔재라고 보고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세워진 근대 학교들의 시설 배치를 병영 문화의 산물로 판단한다.

일본군 병영의 지휘관이 사열대에 올라 병력을 사열했던 것을 본 따 구령대가 설치됐고 교사는 학생들의 오와 열을 맞췄다.

일본 잔재를 없애자는 이유로 운동장에서 진행하는 조회가 사라지고 있으며 구령대의 필요성도 없어지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는 구령대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많은 학교가 구령대 아래 공간을 창고 등으로 활용하는 등 아직도 필요로 하는 곳이 많고, 철거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학교 명칭에도 일제강점기의 흔적은 여전하다.

학교 명칭에 지역 이름과 방위 개념을 합성한 것은 대표적인 일제시대 행정 편의주의적 작명법의 잔재다.

인천지역 508개 초·중·고등학교 중 17개 초등학교와 4개의 중학교가 구나 동의 명칭에 방위 개념을 합성한 학교명을 사용하고 있다.

부평구에는 ‘부평’과 동서남북 명칭을 합성한 초등학교가 4곳, 중학교가 3곳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은 학교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인천지역 각급 학교 중 명칭을 변경한 학교는 11곳이었으나, 학교명에 동서남북을 사용한 학교는 한 곳도 없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일제강점기 잔재 청산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제일, 중앙 등 서열을 조장하거나 방위 개념이 들어간 학교의 명칭 변경을 유도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요청한다면 구령대 철거 예산을 지원하거나 학교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구령대 철거나 방위개념 명칭으로 인한 학교명 변경 요청은 없다”고 말했다.

허좋은기자/hgood@joongboo.com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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