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새벽에 ‘숙적’ 일본을 꺾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에 진출한 한국 남자 대표팀이 필리핀과 4강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 아시아컵 8강 진출 결정전에서 일본을 81-68로 물리쳤다.

FIBA 랭킹 30위인 우리나라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개최국 레바논(43위)에 덜미를 잡혔지만 이후 카자흐스탄(56위)을 61점 차로 대파했다.

또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로 평가된 뉴질랜드(20위)에 1점 차 신승을 거뒀고 8강 진출 결정전에서 일본까지 꺾으면서 3연승을 내달렸다.

한국은 17일 새벽 필리핀(27위)과 4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필리핀은 동남아 국가 가운데 유독 농구 인기가 높은 나라로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3연승을 거둬 8강에 직행했다.

특히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96-87로 물리치며 상승세를 타고있어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2013년과 2015년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아시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는 팀이다.

2010년 이후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맞대결 전적은 네 차례 만나 한국이 3승1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한국의 3승 가운데 2승이 2점 차 승리였고 네 경기 모두 한 자릿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등 매번 접전을 벌였다.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신장은 크지 않은 대신 개인기와 외곽슛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신장 190㎝로 현재까지 8강 진출이 확정된 6개 팀 가운데최단신이다. 한국은 196㎝, 호주는 200㎝가 팀 평균 신장이다.

하지만 팀 평균 리바운드에서는 39.7개를 잡아 16개 참가국 가운데 7위에 올라 있다. 38.3개로 9위인 한국보다 오히려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평균 신장 201㎝인 중국을 첫 경기에서 9점 차로 꺾었다는 점에서 높이에 약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독일 출신 크리스티안 스탄다르딩거(28·201㎝)와 자페스 아길라(30·208㎝), 게이브 노르우드(32·198㎝) 등이 골밑을 책임진다.

가드진에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제이슨 카스트로 윌리엄(31·175㎝)이 경기당 5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공격을 조율하고 있다.

또 테런스 로메오(25·179㎝), 캐나다 출신 매슈 라이트(26·187㎝) 등의 득점력도 경계 대상이다.

이에 맞서는 우리나라는 지난 시즌 KBL 최우수선수(MVP) 오세근(30·200㎝)을 필두로 김종규(26·206㎝), 이승현(25·197㎝), 이종현(23·203㎝) 등이 지키는 골밑이 든든하다.

김선형(29·187㎝)과 박찬희(30·190㎝) 등이 재간있는 필리핀 가드진을 어떻게상대할지 관건이다.

이정현(30·191㎝), 전준범(26·194㎝), 허웅(24·186㎝), 임동섭(27·198㎝) 등의 외곽 화력도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장신에 스피드를 겸비한 최준용(23·200㎝)이 최근 수비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으며 막내 양홍석(20·199㎝)도 벤치에서 대기하며 출전 기회를 엿본다.

열광적인 필리핀 팬들의 응원으로 가득 찰 경기장 분위기에도 적응해야 한다.

FIBA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2천 명이 넘는 필리핀 농구 팬들이 베이루트를 찾아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윤 상명대 감독 겸 IB스포츠 해설위원은 “필리핀 가드를 제어하기 위한 지역 방어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동시에 상대 외곽을 틀어막는 수비도 필요하다”며 “어제 일본과 경기를 보니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지가 돋보였는데 그런 흐름을 이어간다면 4강 진출 이상의 성적도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