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궁사’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강채영(21·경희대)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1점차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고대하던 첫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고 한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는 “당시에는 너무 아쉬웠지만, 오히려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리우행 좌절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강채영이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국내외 대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강채영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리커브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고 2관왕에 올랐다. 

강채영은 기세를 이어 19일 개막하는 2017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다관왕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2년 전 광주에서 열린 대회 때는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활은 울산 중앙초 3학년 때 처음 잡았다. 양궁부 훈련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문을 두드렸다. 부모님은 “기왕 시작하는 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며 응원했다. 일찌감치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수많은 메달을 수확했다. 강채영은 “메달이 몇 개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며 웃었다.

대학 새내기인 2015년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힌 그는 그해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슈퍼루키’, ‘차세대 기대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최후의 3인’에 들지 못해 올림픽 무대를 밟진 못했지만 3년 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실력자다. 

무엇보다 올림픽 대표 탈락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강채영은 “활을 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경기를 지켜본 최희라 경희대 감독은 “1·2차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단점을 극복하고 100% 실력을 발휘했다”며 “앞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면 큰 대회에서도 빛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채영은 독일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인 17일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는 대만으로 떠난다. 

그는 “아직 시차적응을 못했지만 경기력을 유지하려면 공백기가 없는 게 오히려 좋다”며 웃어 보였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모두 제패하는 건 오래된 꿈이다. 

오는 10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노린다. 

강채영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반드시 한국 여자 양궁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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