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뷔페미술관을 다녀왔다. 시즈오카현(Shizuoka-ken)에서 갑자기 전시가 잡혀서다. 뷔페미술관은 시즈오카에서 이시마역을 경유해 크레마티스 언덕 행 버스를 타야했다. 25분정도 걸려 도착한 뷔페미술관은 수국으로 정돈된 초록의 정원과 뷔페의 야외 조각들이 아우러져 아름다웠다.

뷔페미술관에 소장된 뷔페작품은 공허하거나 우울하며 삭막하고 쓸쓸하다. 여러 번의 붓질로 표현하는 선들은 강하고 거칠고 예리하며 신경질적이다. 원근법이 무시된 직선은 검정, 흰색, 회색의 절제된 색채로 정적이며 극도로 자제된 감정이 보인다. “예술은 가볍지 않다. 즐기고 싶으면 루브르가 아니라 서커스를 보러가라”는 그의 말이 함축된 조형창고란 생각이 들었다. 뷔페미술관은 1973년 일본 수집가인 기치노 오카나(Kitchiro Okana)에 의해 세워졌다. 1988년에 확장되어 약 1,000 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베르나르 뷔페,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광대, 1978년
프랑스 출신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1928~1999)는 회화의 자코메티로 불린다. 전쟁의 좌절과 우울을 차갑고 날카로운 화풍으로 그려낸 뷔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는다. 행복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전쟁의 고통과 나치에게 점령당한 파리의 아픔과 어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뷔페로 하여금 미술이 현실을 아름다운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시대를 직시해서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 작품은 뷔페의 1978년 작품이다. 우스꽝스러운 광대 모습은 피곤하고 슬퍼 보인다. 뷔페 자신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이 세상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뷔페는 광대와 함께 서커스를 그린 작품이 많다. 그는 8,000 여점의 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많은 대중들은 그의 그림에 매력을 느끼고 열광했지만, 뷔페에 대한 평가는 찬사와 비평의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그의 회고전은 꾸준히 열리고, 수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은 이어지고 있다.

최경자 화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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