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체계 '허점 투성이'… 친환경 농가 31곳서 살충제 검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친환경인증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천239개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결과 총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할 수 없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이 중 31곳은 친환경인증 농가, 18곳은 일반농가로 조사됐다.

친환경 인증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1999년 도입해 독자적으로 인증하다 2002년부터 민간 인증업체 4곳과 함께 업무를 분담했다. 이후 올해 6월부터는 민간인증업체 64곳에서 인증과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관리원은 관리·감독만 하고 있다.

민간기관은 인증 한 건당 수수료로 약 10만 원(농산물 기준)을 받으며 수수료에는 서류심사와 현장심사, 심사보고서 작성 등의 금액이 포함된다.

민간 인증업체의 경우 인증 농가 수가 많아질수록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라 업체에서는 친환경 인증을 남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한 농가의 경우 친환경 농가로 인증되면 정부로부터 최대 5년간 매년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계란 가격도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친환경 인증은 축사 조건을 갖추고 번식과 사료 관리규정 등을 지키면 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을 제외하면 크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수조사를 진행한 1천239개 산란계 농장 중 친환경 농가는 683개, 일반농가 556개로 친환경 농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축산물의 경우 농약을 사용할 수 없지만 농약 검사는 친환경 인증을 최초로 받을 때 한 번만 진행해 추후에는 의무가 아니라 인증업체에서 사후점검을 소홀하게 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실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의 친환경 인증 농가는 이달 초 민간 인증기관이 실시한 사후 관리에서 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가격이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 임모(35·여)씨는 “정부에서 인증한 친환경 제품이라 믿고서 더 비싼값을 주고 구입했지만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해 친환경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져 다른 제품도 구입하기 겁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친환경 인증제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또한 부적합 계란 사후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해 계란에 대한 이력추적 관리시스템도 조기 도입을 추진하는 등 안전한 식품만 유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써서는 안 될 약품을 쓴다든가 정부의 안전을 위한 조치에 협조하지 않고 때로는 정부를 속인다거나 하는 농가에 대해 형사고발을 포함해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절대다수 국민의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용서해선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농축산물 생산단계부터 국민의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매 단계 있을 수 있다. 이번에 그것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일부 혼선과 미비는 앞날을 위한 좋은 교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이 완전히 안심할 때까지 부분적인 재검사는 또 있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특히 “친환경 인증·해썹(HACCP)처럼 소비자들이 100% 믿는 정부행정의 신뢰가 손상되면 살충제 파동보다 더 큰 상처가 될지 모른다. 완벽하게 재정비해줘야 한다”며 “농산물품질관리원을 포함해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담보해야 할 기관들이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잘못된 것은 도려낸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들이 친환경 인증을 맡게 돼 모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의혹 보도가 있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끊어주셔야 한다. 전문성이라는 미명 아래 유착까지 용납해선 안 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허지성·정경태기자/sorry@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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