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자동차 분야나 건설산업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저개발 국가들이 벤치마킹하는 분당과 일산, 판교와 동탄 신도시를 가진 도시개발의 선진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가 부러워하는 신도시와 최첨단 공장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 보면 홀로 들어선 공장과 창고, 주택과 상가 등의 개별입지로 인한 환경과 경관의 파괴가 심각하다.

수도권 지역과 지방의 대도시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자연녹지, 관리지역의 무질서한 난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도시 주변지역의 난개발은 무질서한 개별입지로 우중충한 경관을 야기하고, 협소한 도로, 수질오염과 환경훼손, 무리한 경사지개발로 인한 재해위험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 외국을 방문할 때 마다 하늘에서 대도시 주변부를 관심있게 바라보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 중에서 대도시 주변부가 이렇게 난개발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비도시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개발행위허가제는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도시계획이나 기반시설과의 정합성, 주변 경관과의 조화 등을 잣대로 심사할 수 있는 제도이나, 용도지역상 허용되는 개발행위를 거부하기 어려워 실제적인 난개발 방지효과가 미흡하다. 지구단위계획은 사업이 확정된 구역을 대상으로 하기에, 소규모 난개발을 규제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기반시설부담구역, 준산업단지, 공장입지유도지구 등은 소규모 난개발을 집단화할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누가 기반시설을 부담할지, 얼마나 부담할지에 대한 합의도출이 어려워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담구역 안에 개발하게 되면 사업비가 커지므로, 구역 바깥의 지가가 저렴하고 기반시설 부담없이 개발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개발하게 되므로 또 다른 난개발, ‘풍선효과’를 가져오는 한계가 있다.

물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듯이, 난개발은 땅값이 싸면서도 장래 개발수요가 증가할 지역, 도로 등 기반시설여건이 좋은 곳을 찾아서 움직이는데 이를 법령이나 계획으로 사전에 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난개발을 야기하는 소규모 개발행위의 방향을 유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가 요구되는 바, 국토교통부에서는 2014년 비시가화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에 ‘성장관리방안’을 도입하였다. 성장관리방안은 도시의 미래성장방향을 예측하여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사전적으로 관리방향을 설정함으로써 난개발을 방지하고 계획적 개발 및 관리를 유도하는 정책수단이다.

앞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기반시설부담구역 등의 정책들을 볼 때, 성장관리방안 구역내 개발을 하고자 하는 자가 불이익을 덜 받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성장관리방안이 수립된 지역이 미수립된 지역보다 불이익이 크다고 생각되면 수립지역 바깥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며, 성장관리방안의 실효성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관리방안이 수립된 지역에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개발행위를 쉽게 해주고 그 바깥에서 개발을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해야 한다.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사람이 손해보게 만드는 질서는 유지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도시지역의 관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결국 기반시설설치의 주체와 부담범위에 관한 것인데, 이를 사업자나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기가 어려워, 항상 이를 둘러싼 갈등으로 성장관리방안의 효력에 관한 의문이 생긴다. 이는 결국 지방재정의 문제인 바, 필요한 재원이 지방의 난개발현장에 투여될 수 있는 중앙·지방재정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대도시 주변지역의 난개발은 그 도시의 품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기에 추하고, 냄새나고 혼잡하더라도 내 땅 내 맘대로 개발하겠다는 ‘욕심’이 있는 한 이를 막기가 불가능하다. 조금 덜 벌더라도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를 즐기려는 ‘품격’이 필요하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 부동산·건설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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