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개념, 그 본질에 대한 논의도 없이 정치·사회·교육·과학 심지어 에너지 분야에서까지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현상은 이번 정권 내내 유지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과제라는 주장을 다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국가가 그리고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인식의 전환일 것이다. 기계식 산업혁명에서의 기계화, 단순화, 모듈화에서 다양화, 연결, 개별화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간단히 획일성에서 다양성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교육이다. 암기에서 창의로, 통제에서 자유로 교육의 가치와 이념이 전환되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들이 코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코딩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 창의적인 생각, 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코딩은 이제 인공지능이 더 잘할 것이다.

두 번째, 사람 중심의 문화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인간이 아니라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의 암흑기로 되돌아 갈 수 있다. 하지만 중세의 종교와 인공지능에 의한 지배는 큰 차이가 있다. 중세의 종교는 인간이 만든 신 즉, 우상화된 존재에 의한 지배인 반면, 인공지능에 의한 지배는 인간이 만들고도 인간에 의한 통제가 아니라 기계의 지배이며 인간의 우위를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인간에 대한 교육,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자원의 확보다. 스타크레프트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을 시작할 때 각 종족들에게 꼭 주어지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광물이고 나머지는 가스다. 우주에서 각 종족들이 생존하고 전쟁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광물과 가스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물이다. 다만, 물은 광물과 에너지가 존재한다면 화학적 작업을 통해 생성할 수도 있다. 게임 속의 이야기나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인간이 생존하는 한 진리 중의 하나이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가. 에너지 부분의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전기자동차를 예로 든다. 그런데 전기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우선 전기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뿌리인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돌아가기 위해서도 물론 막대한 전기가 소모된다. 구글 데이터 센터 운영에 소비되는 전력이 2011년 기준 2억 6천만 와트였다. 세계 전력소비의 1.3%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20만 가구의 1년 전력소비량과 같다. 다시 말하면 4차 산업혁명은 다시 에너지와 광물에 대한 혁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또 어떤가. 리튬이온, 니켈금속 하이브리드, 리튬 폴리머, 리튬철인산염 등 다양한 방식의 배터리 방식을 이용하게 된다. 리튬, 철, 인산염은 물론 다양한 회유금속들에 대한 소비가 급증할 것임은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속가격의 상승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속가격을 대표하는 지수인 LME(런던금속거래소)지수가 연초 대비 약 12% 올랐다. 특히 구리가 연초 대비 10.6% 상승했고 납과 알루미늄은 15.7%, 10.6% 급등했다. 배터리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코발트 가격이 금년 들어서 74%나 급등했다는 점이다. 2016년에 비하면 무려 약 140% 상승했다.

이런 광물 가격의 급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간단하다. 이미 늦은 듯하지만, 이제라도 배터리와 관련된 광물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후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자원개발에서 우리가 또 다시 뒷북을 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해외자원개발을 어렵게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새로운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금이기 때문에 자원개발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원활히 융통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며, 자금 외에 탐사 평가 등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런 뒷받침이 늦어지면, 그나마 찾아 온 기회를 외국계 기업들에게 헐값에 넘기게 된다.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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