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광고 만들기 대결을 펼친 것이다. 인간 측은 광고를 오랫동안 제작해온 전문가가 대표로 나섰고, 인공지능은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아이디어 내 광고를 만들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일반인을 상대로 투표한 결과, 근소한 차이로 인간이 승리했다. 하지만 일본 광고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인공지능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인공지능 음성비서 '알렉사'로 미국 AI스피커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은 올해 열린 '2017 CES'(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에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알렉사와 연계된 수많은 자동차와 로봇, 가전제품들이 봇물처럼 출시돼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마치 영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컵과 의자들이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사물들이 서로 연결돼 인간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다. 냉장고에 "알렉사, 오늘 뭘 먹으면 좋을까?"라고 물으면 보관된 재료와 날씨, 시간대 등을 참고해 추천 메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아마존은 3년 후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500억 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거대한 알렉사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요즘 증권가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뺏기지 않을까 불안감에 싸여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회사에서 속속 도입한 인공지능자산관리서비스가 올해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대신 AI를 활용한 투자자문 경쟁은 미국에서는 관련 업체만 200개가 넘을 정도로 치열하다.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수익률을 키운 덕분에 뉴욕 증권거래소 주식의 70%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질 정도라고 한다. 특히 AI 헤지펀드는 투자수익금 순위 20위권에 세 개가 진입했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 옆에 와있다. 이제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적 직업까지 기계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이나 투자 전문가는 물론, 환자 진단이나 신입 사원의 면접도 인공지능이 수행한다. 변호사, 회계사, 공인중개사 등 헤아리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국내 대표적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 인간의 지적인 노동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와 본격 경쟁시대로 접어들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대로 가면 기계에 밀려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 타깃은 30대 이하다. 따라서 이들이 미래의 일자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우선과제는 교육과정 개편이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지금 학교 교육의 90%가 30년 뒤엔 쓸모없다"고 경고했다. 우리 교육상황으로 볼 때 상당부분 공감 가는 말이다. 매년 수십만 명씩 붕어빵 인재 찍어내는 교육으로는 혁신의 DNA가 나올 수 없다. 문제집 달달 외우고 소수점까지 점수 끊어서 수능 줄 세우는 교육으로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백전백패다. 그 건 인공지능이 가장 잘 하는 분야다.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학습하고, 무한히 저장하며, 한 번 학습한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사람처럼 지치거나 짜증을 내지도 않고 경험을 쌓을수록 역량은 상승한다. 

이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성과 감성을 기르고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인간 특유의 감성과 교감능력이 인공지능의 탁월한 학습능력과 접목돼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인재 양성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현재 교육환경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다 시대의 흐름을 놓쳐버리면 10년 후 큰 재앙을 초래할 수 도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다소 뒤쳐진 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주요 공약으로 추진했다. 지난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으로 역점 추진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왕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 한다면 교육부, 정통부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교육위원회도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 변변한 자원도 없는 작은 나라가 세계의 쟁쟁한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과 그것을 실현할 인재 육성밖에 길이 없다. "알렉사,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민병수/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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