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으로부터 착하다는 칭찬을 받는 사람 A가 있다. A는 그 칭찬에 만족하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착하게 하지만, 특별히 B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B는 A의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인데, 성실하고 많은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이 쓰임을 얻지 못해 고단한 세월을 보내는 인물이다. A는 그런 B를 항상 따뜻하게 대하며 많은 것을 베풀었다. 물론 B가 모든 것을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B는 A가 가지지 못한 많은 재능이 있었기에, A를 위해 기꺼이 그 재능을 썼다. 착한 A는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둘의 그런 세월이 꽤 길었다.

그 긴 세월 동안 B의 능력은 조금씩, 조금씩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B의 능력이 결실을 맺는 때가 왔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B의 늦은 성공을, 노력의 결과라며 두 배로 축하했다. B는 누구보다도 A와 그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A는 B의 성공에 적잖이 당황하며 B를 피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가 자신의 성공 앞에서 등을 돌리는 격이 된 것이니 당황스럽기는 B도 마찬가지였다. A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애를 써 봤지만, B는 더 이상은 A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기로 했다. 그냥 A가 원하는 대로 놔 두기로 했다.”

이것은 주변에서 실제로 목격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오르는 각자의 A가 있을 것이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의 성공이나 행운 앞에서 멀어져갔던 쓸쓸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경사(慶事)는 지나쳐서 흉사(凶事)는 지나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에는 많은 함의가 있겠으나, 좋은 일은 힘이나 권력과 동일시하고 궂은일은 약함이나 상실과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은 나눌 사람이 많지만, 어려운 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혹은 좋은 일은 양(陽)의 기운이 많아 그 자체로 흥(興)이 발산되는 것임에 반해서, 궂은일은 음(陰)의 기운이 강하여 아래로 가라앉는 속성이 있어서 그것을 끌어 올려줄 다른 힘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힘 들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도 고맙지만, 내게 좋은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도 그에 못지않게 고맙다. 요즘처럼 대학입시도 취업도 어려운 세상에, 힘들게 공부해서 입학이나 취업을 위한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감격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쁨과 환희로 들뜬다. 그래서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고,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듣고 싶다. 말 못하는 개, 고양이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심경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든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이다. 그리고 그 욕구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좀 더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상반되고, 모순되는 것이라서 가까운 사람의 성공일수록 오히려 묘한 질투심이 생긴다. A와 같은 주변인 때문에 맘 아팠던 기억도 있겠지만, 자신이 A의 입장이 되어서 괴로웠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친구의 성공을 보며, 입으로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솟아나는 질투심으로 편치 않은 마음을 느껴보기도 했을 것이다.

‘지음(知音)’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진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고사에서, 거문고 연주에 능했던 백아(伯牙, 중국 춘추시대)는 자신의 연주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더 이상은 거문고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만큼 인간은 자신을 이해받기 위해서 모든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결국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올곧이 이해받고 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라. 나의 성공을 나처럼 기뻐해 줄 사람이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혹은,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보고 제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그렇다면, 그 멋진 사람이 내가 되어보기로 하자!

타인의 행복 앞에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멋진 그대여, 당신께 박수를 보냅니다.

김상진 한양대학교 교수, 한국시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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