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 내리쬐는 드넓은 벌판에 몇 시간을 서 있자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그러나 무더위가 절정일 때 우리 일감 또한 절정을 맞지요.”

7~8월 반듯반듯 정리된 드넓은 곡창지대에서 농업용 무인헬기를 조종하는 지종근(50)씨는 29일 무인헬기 조종사의 업무 특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씨는 대당 2~3억원이 나가는 무인헬기를 조종해 농약은 물론 조류독감 방제약이나 사료용 씨앗을 들판에 뿌려주는 농민 도우미겸 무인헬기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농업용 무인헬기 조종술을 접하게된 지 교관은 농번기에 전국을 무대로 농약을 살포하고 수확기 이후에는 평택시 유천동 소재 무성항공에서 무인헬기와 드론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한다.

“IMF여파로 40대에 명퇴를 하고 자영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 거덜나면서 지인을 쫒아다니며 섀시와 판넬 일을 하다 무성항공 건물 짓는데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 교관의 그간의 고생이 눈 앞에 선하다. 그는 “한참 일을 하는데 공장 외곽으로 윙윙 거리며 오토바이 만한 크기의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며 “실습생들에게 무인헬기 작동법을 지도하는 광경이었는데 이거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 교관은 곧바로 무성항공 교육생으로 동록해 2013년 2월 무인헬기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무인헬기 조종 일을 시작했다.

새벽 5시부터 성실하게 헬기 조종에 매달리다 경력이 쌓인 2년 전부터는 방제 작업 이외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헬기와 드론 비행을 가르치고 있다.

지 교관은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교육환경은 열악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드론을 활용한 무궁무진한 일이 창출될 것이기 때문에 교관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방제가 시작되는 7월부터 무인헬기 조종에 나서 조사료용 씨앗 파종과 조류독감 방제에 이르기까지 6~7개월 가량 전국을 누비며 일을 한다.

나머지 기간에는 교관 일을 하는데 연간 6천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프리랜서로 뛰며 얻는 수익치고는 꽤 쏠쏠하다는 게 지 교관의 설명이다.

뙤약볕을 이기며 억척스럽게 일한 댓가로 내년 7월이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 끝난다.

지 교관은 “자격증을 따고 난 후 첫 메인 비행에서 헬기가 전깃줄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를 냈다”며 “당시 일본 야마하에서 방제 동영상을 찍기 위해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있었는데 사고 장면이 그대로 찍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장면은 지금도 야마하에서 교육 자료로 쓰인다 한다”며 “그 이후 더욱 엄격한 안전수칙 잣대를 들이대는 버릇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한번 확인할 것을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매번 방제를 나갈 때마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잡게 되는 것도 사고 이후 생긴 습관이다.

심재용기자/sj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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