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341에 위치한다. 양평군과 작가가 교수로 재직했던 경희대학교가 124억을 투입하여 4만6280㎡(1만4천평)의 야산 부지에 3층짜리 문학관을 비롯해서 황순원문학공원을 조성하였다. 지방마다 작가를 콘텐츠로 한 문학관이 있다. 문학관마다 각각 느낌이 다른데, 소나기마을은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특히 두물머리에서 부용리와 목왕리를 거쳐 벗고개를 넘어 가는 길은 산간벽지 그 자체다. 굽이굽이 산길 물길을 따라 돌다보면 도시의 매연과 소음으로 찌든 마음이 시원스레 씻기는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만나면 마음은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다. 오늘날 마음치유가 유행인데 이보다 더 좋은 치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황순원(1915~2000)은 고향이 평안남도다. 그의 문학관이 양평에 건립하게 된 것은 작품 「소나기」 때문이다. 황순원은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을 남긴 작가다. 그중 1953년 발표한 단편소설 「소나기」가 온 국민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적셨다. 작품 속에 양평이라는 단어는 딱 한번 나온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이 작품의 배경이 양평군내라는 것을 추정하여 문학관을 세운 것이다. 당시 교통사정으로 보아 다른 지역에서 양평읍으로 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또 주인공인 소녀가 양평 읍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양평에 소나기마을이 건립된 것은 자연스럽다.

황순원은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제안이며, 조상대대로 황고집으로 유명한 지주 집안 출신이다. 6세 때 가족 전체가 평양으로 이사 가서 그곳에서 소학교를 다녔다. 당시에 스케이트를 타고 바이올린 레슨까지 받았다고 하니 보통 부잣집 아들이 아니었다. 1929년 오산중학교를 입학하고 평양 숭실중학교로 전학하는데, 이 무렵부터 동요와 시를 써서 발표한다. 불과 15세 때다. 숭실학교를 졸업한 뒤는 일본 와세다대학으로 유학하는데 역시 유학생이던 부인 양정길 여사를 만나 결혼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지주계급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이듬해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월남했다. 서울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1957년 경희대 문리대 조교수로 직장을 옮긴다.

그리고 정년퇴임을 할 때까지 23년6개월 동안 평교수로, 또 말년까지는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가 타계하자 김종회 경희대 국문학과 교수 등 그의 제자들이 힘을 모아 양평군에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양평을 거꾸로 하면 작가의 고향인 평양이 되고, 작가가 생전에 학생들과 양평 일원으로 답사를 자주 다녔다는 점, 부인의 성이 양평의 양과 똑같다는 우연성까지 입지 결정에 참고하였다고 한다. 제자들은 황순원문학관을 조성하며 천안 풍산공원묘원에 있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하였고, 2015년 부인 양정길 여사가 돌아가시자 함께 합장하였다. 이제 양평은 황순원과 소나기의 고장이 된 것이다.

이곳의 산세는 용문산(1157m)에서부터 유명산과 중미산, 매곡산을 거쳐 문학관까지 산맥이 연결되었다. 매번 강조하지만 풍수에서 맥은 매우 중요하다. 맥이 연결되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땅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맥을 따라 지기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맥이 연결되어 지기를 꾸준히 받는 땅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맥이 연결되지 않거나 끊긴 땅은 오래가지 못한다. 전국의 수많은 문학관 중에 활성화 되지 못한 곳을 보면 맥이 없는 땅이 대부분이다. 또 맥이 연결되었더라도 끝자락이 아니면 좋지 않다. 나뭇가지 끝에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리듯 산맥 끝에 기가 모인다. 황순원문학관은 맥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기가 모이는 곳이다.

황순원문학관은 주변 산들이 현무·주작·청룡·백호가 되어 겹겹으로 감싸고 있다. 기가 쉽게 흩어지지 않으므로 오랫동안 발복 유지될 터다. 문학관 정면의 안산은 정상이 한일자처럼 생긴 일자문성(一字文星)이다. 책상과 같아서 글 잘하는 사람이 많이 배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의 또 다른 풍수적 장점은 물이 완벽하게 환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이 감싸고 도는 곳은 사람이 모이고 재물이 모이게 된다. 매년 황순원문학관을 찾는 인파가 증가하고 있다. 양평군과 경희대는 이곳을 세계적인 첫사랑 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큰 성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터다.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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