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인천 복합쇼핑몰 갈등

▲ (왼쪽) 지난 3월 인천 부평지역 상인들로 구성된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인천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부천시청에서 입점 반대 기자화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30일 인천 부평구청 정문에서 부천지역 상인과 시민들로 구성된 부천신세계백화점 입점촉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신세계의 토지매매 계약 이행과 부평구청장 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중부일보DB·윤상순기자

부천시 상동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신세계백화점 입점 문제를 놓고 4명의 선수가 링 위에 올라 있는 모양새다. 글러브를 꽉 쥐고 있는 부천시와 인천시, 경기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선언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신세계, 그런 세 선수 모두를 노려보고 있는 부천·삼산동 복합쇼핑몰 반대 인천대책위가 그들이다. 링 밖에는 또 신세계백화점 입점 촉구 대책위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각자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이들 중 내세우는 입장과 주장이 틀린 것은 없다. 다만 확연히 다를 뿐이다.

▶부천시, 인천시는 ‘내로남불’ = 부천시는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인천시가 부천시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신세계백화점(부천점) 입점은 반대하면서 청라지역의 스타필드 건립은 승인했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2001년 자연녹지·유원지였던 영상문화산업단지(부천시 상동 529―38번지 일원)를 개발하기 위해 땅을 사들였다. 하지만 용도지역의 한계로 난개발이 이뤄졌고 임대 및 기부체납 방식으로 내줬던 건물 내 사업자간 소송이 40여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지속됐다.

이에 시는 2014년 12월 도시기본계획을 다시 세웠다. 2015년 6월 민간사업자 모집공고를 하고 같은해 10월 신세계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부천시는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7만6천34㎡ 부지에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이 모여 있는 복합쇼핑몰 건립을 계획한다.

하지만 해당지역 인근에서 영업중인 인천 부평구·계양구 지역상인들이 대형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상권이 붕괴된다는 이유로 건립을 반대했다. 이에 부천시는 지난해 12월 부지를 3만7천373㎡로 축소하고 대형마트 등을 제외해 백화점만 입점키로 신세계와 변경협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인천시와 지역 상인들이 반대하자 신세계 측은 부천시와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5차례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청라 복합유통시설용지 내 16만5천㎡ 규모의 대규모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건축허가를 받아 2021년 개장할 예정이다.

부천시는 인천시가 소상공인 보호를 주장하며 신세계 부천점 건립은 반대하면서도 오히려 부천점보다 5배나 큰 스타필드 건립을 확정지은 것은 ‘이중잣대’라며 분개하고 있다.

▶인천시 항변 = 인천시는 부천시 주장을 이해는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천 청라지구와 부천 상동지역은 입지적 특성부터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놓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인천 청라지구는 도시계획단계부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성된 경제자유구역이다. 외국인 자본이 10% 이상 포함되고 기타 조건을 충족하면 외국인기업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외국인기업은 청라를 비롯한 송도, 영종지구 입점 시 혜택이 있다.

신세계 또한 2013년 외국인 자본을 포함해 외국인기업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부천 상동 지역에 백화점이 들어오면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인천 상인들의 상권 침해는 명약관화라는 것이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입점 예정지역에서 30m 길이 9차선 도로를 하나 건너면 인천시로 지역이 바뀐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입점 시 반경 3km 내에 부평·계양구 시장 15곳, 부평지하상가 5곳 등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해당 상권별로 수십개 씩의 점포들이 자리 잡고 있어 백화점 건립은 곧 인천 소상공인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지역갈등 해결이 우선” = 갈등이 격화되자 신세계 측은 여론을 이유로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당초 신세계는 부천점 입점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부천시와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미뤄왔다. 신세계는 부천점 입점을 위해 인천시와 자리를 만들어 설득해왔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더욱이 지난 23일에는 김만수 부천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30일까지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하지 않을 경우, 협약이행보증금 115억 원과 2년간 사업 지연 기회비용 등을 물리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4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부천점 입점을 위해선 부천시와 인천시, 양 지자체 간 갈등 해소가 우선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신세계 측은 30일 부천시에 ‘중소상인단체의 반발과 지자체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는 인천에도 매출 규모가 전국에서 손꼽히는 백화점을 두고 있고 청라 신세계 복합쇼핑몰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천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천지역 상인회, “쇼핑몰 모두 반대” = 대형복합쇼핑몰, 백화점 입점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인천지역 상인들은 부천점뿐만 아니라 스타필드 청라 입점도 반대하고 있다. 부천·삼산동 복합쇼핑몰 입점반대 인천대책위원회(인천대책위) 및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서구비상대책위원회(서구대책위)는 부천점이든 스타필드든 지역상권에 피해주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신세계는 부천시와 인천 청라지구에 입점할 계획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구대책위 관계자는 “대형 쇼핑몰 입점으로 지역민들의 편의성 증진, 집값 상승 등 이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상인들에게는 생계가 무너지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인천시가 상생방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보여주기식 방안일지 실질적인 해결책인지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반대위 측은 민·관이 합심하고, 광역·기초단체 여야까지 한 목소리로 대형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경우는 유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신규철 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인천대책위는 상인·주민·시민단체가 함께 하고, 인천시 민관협의체, 부평구 민관협의체에도 여·야, 광역·기초를 가리지 않고 한 뜻으로 뭉쳐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토지매매계약조차 진행되지 않은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립은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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