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질문이라도 답은 나와 있다. 과거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이어간 정부처럼 한번이라도 바톤을 이어주기 위한 성공적 길목에는 누가 봐도 국방과 경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촛불정부 출범 전부터 예견된 일로 청와대에서도 분명 감지하고 준비하고 있을 주제다. 그럼에도 얘기는 수개월째 겉돌고 있다. 이 판국에 북한은 우려하던 핵실험마저 어제 감행해 그간 선을 넘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는 대통령의 으름장에도 우리에게 조롱만을 던져 놓고 있다. 넘지 말아야 할선이 무엇인지 오히려 보여주겠다는 식이다. 어제 있은 북한의 중대발표는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는 것으로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뭘 의미하는지 짐작 못할 국민은 없다.

여기에 북한은 이번 수소탄 시험이 대륙간탄도로켓 탄두부에 장착할 수소탄 제작에 새로 연구·도입한 위력 조정 기술과 내부구조 설계방안의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확증하기 위하여 진행됐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한 마디로 마음만 먹으면 몇방 먹여 끝내 보겠다는 심사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얘기가 입증된 셈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대화 같은 순진한 얘기로 다른 주장을 구기지 말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우리도 준비해야 하는 시국이 분명해 진 셈이다. 휴전선이 엄연히 그어있어 실질적으로 우리는 전쟁을 잠깐 멈춘 상태다. 그럼에도 국민 대다수는 휴전 국가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러나 사실은 한 순간마다 훅가고 있었고 그사이에 우리는 일이 터지기도 전에 겁부터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맵집 좋은 우리는 가까운 나라에게서 수 차례 다양한 펀치로 체력을 키워왔다.

그래서인지 설마와 현실을 오락가락하며 점쳐오던 사람들은 아예 맵집만을 믿고 전쟁이란 단어는 잊고 살기로 한지 오래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맵집을 키워주던 우방국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아름답다는 금강산과 설악산이 서로 공존하면서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과 조롱을 일삼는 북한에 마치 가녀린 절벽 끝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과 공포로 부박한 하루를 어쩔 수 없이 참아가며 살아온 우리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우리안에는 전쟁이 늘 남의 일인냥 밀어놓고 광장이나 빈틈만 보이는 공간이면 어김없이 철지난 이념이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주먹을 허공으로 휘두르고 있다. 도무지 이런 국가가 어찌 오바마가 놀랄 만한 교육적 성과를 이뤄내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박과 반도체등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나라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얘기는 정부에 대한 신뢰나 믿음으로 향하게 됐다. 이미 북한은 9차례나 미사일을 쏴댓지만 머리좋고 똑똑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외교·안보 담당자들이 보여준 대응은 실망 그 자체였다. 며칠 전 미국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도 다르지 않다. 미국을 방문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미국 측에 전술핵 문제를 거론했다고 언론에 보도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나서서 이를 부인했고 국방차관이란 사람은 국회에 나와 한·미 간에 전술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그저 서로 언급한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했다. 그렇다면 장관의 얘기는 별 의미 없다는 뜻인가. 땅이 흔들리는 핵·실험에도 그리고 남한을 향한 단거리 핵·미사일이 완성됐어도 우리는 안타깝게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말처럼 이 모든 일이 헤프닝이라면 지금이 이런 헤프닝으로 메워질 한가한 시간인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북핵이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서 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학교는 매뉴얼대로 그냥 강당으로 모여들면 될 일이고 비상사태로 인해 차량이 통제되는 아스팔트에 번져있던 시민들은 우두커니 방치될 소지가 크다. 그 때 사람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우방의 모든 방위와 관련된 보장 문서도 단 한 개의 라면이나 생수와 비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느껴야 할 것이다.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월드컵 응원처럼 뭉쳐질 가능성조차 없을 것이란 실망감도. 분명한 것은 무슨 일이 터지면 그 후 폭풍과 낙진이 광범위한 피해를 입힐것이 분명하므로 일이 터진 반대 방향으로 땅에 납작 엎드려야 할 것이란 점. 그리고 가능하면 몇일 견딜 라면이라도 준비해야 마음은 안정될 수 있다. 모든게 신뢰가 깨져 생긴 일로 여겨진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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