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눈에 피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했어요"

지난 6월, 부산 사상경찰서에 학부모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딸 A(14)양이 또래인 B(14)양과 C(14)양에게 폭행당했다는 신고였다. 하지만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1일, A양은 B양과 C양 등 4명에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당했다. 1시간 반 동안 공사 자재, 의자, 유리병 등으로 머리와 몸을 100여 차례 맞았다. A양은 뒷머리 3곳과 입안 2곳이 찢어져 다량의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해자인 B양과 C양은 각각 지난 4월과 5월부터 절도와 폭행 혐의로 보호관찰 중인 상태였다. 죄에 대한 처분을 받고도 잔혹한 폭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셈이다. 이에 미성년자 폭력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폭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그동안 얼마나 있었으며, 실제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2011~2016년 6년간 발생한 폭력범죄 통계를 중심으로 미성년자 폭력 실태를 짚어봤다.

(*상해,폭행,체포,감금,협박,약취,유인,폭력행위등,공갈, 손괴 등 8개 항목)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폭력은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 폭력범죄는 2014년(2만1건)부터 점차 늘어나 2015년 2만36건에서 지난해 2만403건을 기록했다.

반면, 처벌받지 않는 경우는 늘었다. 폭력범죄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미성년자 비율은 2011년 16%에서 2016년 28%로 증가했다. 구속기소와 불구속기소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경우도 2011년 84%에서 지난해 69%로 감소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전체 폭력범죄에서 재범률은 36%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은 다시 폭력을 저지른 셈이다. 지난해 기준 동종 재범률은 38%, 이종 재범률은 62% 수준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미성년자 폭력이 갈수록 '집단화'된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의 '폭력행위 등' 항목을 살펴보면, 지난해 미성년자가 저지른 폭력에서 집단폭행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해 5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 7월에는 강원 강릉에서 여고생 6명이 경포해변에서 친구 김(17세)양을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은 오전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장소를 바꿔가며 이뤄졌다.

김양의 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부산 사건을 보며 동생 사건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와 너무나 당당한 행동들에 대해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이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여중생 2명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연합
글쓴이는 "이런 행동을 했으면서 아무런 죄의식이나 미안한 기색이 없다"며 "소년법이 꼭 폐지되어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10대들의 잔혹한 범죄가 연이어 알려지자 과거에도 몇 차례 화두에 오른 '소년법 폐지' 여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질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동·청소년이라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지난 3일 한 시민이 "청소년보호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올린 청원에 5일 오후 3시까지 1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네이버 한 누리꾼은 "지금 청소년은 예전 청소년과 다르다. 청소년법 강화는 당연하고 이러한 잔인한 행동은 성인과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으로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완화해 징역 15년을 선고하도록 하는 등 미성년자 범죄를 예외로 취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도 소년법 손질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 등 29명은 처벌 필요성이 큰 특정강력범죄에까지 미성년자 형량 완화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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