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도에 세계적인 복합리조트 건설을 목표로 지난 2007년 설립된 미단시티개발(주)가 3천억원대의 차입금을 갚지 못해 청산될 상황에 놓였다.

경제자유구역 내 처음으로 국제공모를 통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미국의 라스베가스 같은 화려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인천시민들을 들뜨게 했던 사업 주체가 10여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때 카지노 사전심사가 문체부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사업 추진 기대를 불어넣기도 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800억원대의 자본금을 모두 잠식한 채 결국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미단시티는 2022년 까지 영종도에 여의도 크기 부지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 특급호텔,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7년 운북복합레저단지(188㎡만)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은 국내 금융사와 인천도시공사, 건설사 등 11개사와 특수목적법인 리포인천개발(현 미단시티개발)을 설립했다.

이에 따라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개발(옛 리포인천개발)과 2007년 6월 104만㎡의 땅을 조성원가의 120% 수준인 6천694억 원에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 때만 해도 영종도에 세계 어느 도시와도 견줄만한 리조트 타운이 들어어선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미단시티개발은 이후 4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고, 2012년과 2013년 등 수차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SPC의 지분 26.9%를 갖고 있는 인천도시공사는 2011년 9월 28일 미단시티개발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5천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급보증하기에 이르렀고, 미단시티는 2015년 8월과 9월 각각 만기가 돌아온 5천억 원 규모의 채무 리파이낸싱에 나서야 했다.

토지대금 반환 채권으로 빚을 낸 차입금(1천440억 원)은 공사가 대신 갚아주고 미단시티개발로부터 토지(10개 필지)를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공사가 지급보증을 선 또 다른 차입금(3천372억 원)이 상환이 1년 연장을 거쳐 오는 8일 만기가 도래하지만 현재로선 해결할 방법이 없어 SPC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사의 입장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제3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를 통해 이 돈을 갚아야 하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단시티는 도시공사에 신용공여 연장을 요구 중이며, 대주단에서도 차입금 상환 시한을 1년 연장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는 신용공여가 사실상 보증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방공기업에 위배된다며 수용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급보증 일체를 금지하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면서 공사의 채무상환 보증을 통한 리파이낸싱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게 거부 이유이다.

물론 미단시티의 재정여건상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전에도 공사 내부에서 미단시티를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그 때는 재정여건이 녹록치 않았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공사가 대신 빚을 갚아주더라도 대신 땅을 모두 가져오자는 주장이 힘을 받았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용공여를 제공한 도시공사가 차입금을 상환하게 되면 도시공사와 미단시티개발 간 토지공급계약은 해지되고, 공사가 미단시티의 땅을 모두 가져오게 된다.

이 경우 미단시티는 도시공사가 직접 개발하게 된다.

공사는 미단시티개발(주)가 청산되더라도 시저스와 중국 투자회사가 개발하게 될 카지노시설은 정상 추진되고, 주변 토지 분양 및 투자유치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중 카지노시설에 대한 착공계가 제출되면 지금까지 관망 중인 일부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나타낼 것이며, 공사가 사업자로 나서게 되면 공기업 신용도가 더해져 토지분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마디로 SPC를 청산하고 공사가 맡으면 사업 추진이 오히려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득이한 선택이지만 공사가 분명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면서 영종도 내 명품도시 조성의 불씨를 살려낸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만큼은 시민들에게 제시한 청사진이 헛되지 않고, 반드시 현실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운 선택을 앞둔 인천도시공사에 미단시티 개발의 희망을 걸어본다.

강광석 인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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