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가족과 친구 사이라면 대부분 눈 감아 줄 것이요,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공정한 업무가 요구되는 광역행정은 사정이 다르다.

지방자치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지방자치제가 지니고 있는 속성으로 인해 광역행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300만 인구를 넘어선 인천광역시는 지방정부의 행정이 중앙정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방분권에도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바로잡는 게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일벌백계(一罰百戒) 해야 한다.

14세기 나관중이 장회소설의 형식으로 편찬한 삼국지를 보면 이 같은 사례를 보여준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 제갈량의 공격을 받은 조예는 명장 사마의를 보내 방비토록 했다.

사마의의 명성과 능력을 익히 알고 있던 제갈량은 누구를 보내 그를 막을 것인지 고민했다.

이에 제갈량의 친구이자 참모인 마량의 아우 마속이 자신이 나아가 사마의의 군사를 방어하겠다고 자원한다.

마속 또한 뛰어난 장수였으나 사마의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긴 제갈량은 주저했고, 마속은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거듭 건의한다.

제갈량은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권유하며 전략을 제시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대패하고 만다.

결국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목을 베어버린다.

이때 상황을 읍참마속(泣斬馬謖) 또는 누참마속(淚斬馬謖)이라고 한다.

이때 누는 ‘눈물 흘리다, 눈물’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인천광역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떠했는가를 보자.

시는 인천아시안게임 선학경기장 유휴부지 임대 사업자의 불법 사업권 처분 행위를 눈 감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는 지난 2015년 10월 시체육회를 통해 선학경기장 유휴부지(9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 공고를 진행했다.

이에 A씨는 입찰에 참여해 최대 10년간 골프연습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낙찰 받았다.

그러나 시는 사용 수익 허가를 B씨와 C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법인에 내줬다. A씨가 사업권을 B씨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입찰 공고문에는 허가 받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전대 또는 권리를 처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에도 어긋난다.

시는 불법행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알고도 묵인해줬다.

더욱이 시는 사용 수익 허가를 내준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 중 3천만 원만 받았다.

이와 함께 사용 수익 허가를 법인에 내주면서 처음 입찰 면적인 9천㎡보다 넓은 1만1천900㎡를 허용했다.

시는 중부일보 보도 이후 법인에 내준 골프연습장 사업권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인정한 것이 전부다. 나머지 후속 절차는 모두 시체육회에 미뤘다.

시체육회는 법인의 사업권을 직권취소하고 9월 중 A씨와 B씨, 법률전문가 등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한 후 A씨에게 사업권을 돌려줄 예정이다.

또 민사 소송을 통해 A씨에게 그동안 못받은 임대료 수억 원을 받아낸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행정절차에서 잘못을 저지른 직원은 징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후속 조치에서도 한발 물러나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현행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뇌물이 오고 갔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향후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법인 대표인 B씨는 행정절차를 잘못 이행한 시와 시체육회에 모든 책임이 있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자칫 시가 잘못 처리한 행정이 커다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다.

전복후계(前覆後戒). 앞 수레가 뒤집힌 자국은 뒷 수레의 좋은 경계가 된다는 뜻으로, 앞의 실수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은 복거지계(覆車之戒), 전거복철(前車覆轍), 전거지감(前車之鑑), 전거가감(前車可鑑) 등 수없이 많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벤 제갈량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때다.

송길호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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