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오후 채택한 새 대북(對北) 제재결의안 2375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로 꼽히는 유류(油類)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한적인 범위이기는 하지만, 북한에 공급·수출되는 유류 제품이 안보리 제재결의에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외화벌이 수입원인 섬유·의류 제품에 대해서는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섬유·의류는 석탄과 함께 북한의 양대 수출품목으로 꼽힌다. 석탄 수출은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급 도발로 지난달 5일 채택된 대북결의 2371호에 따라 금지된 상태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블랙리스트(제재 명단)’ 포함, 공해 상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검색 등 ‘극약 카드’들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의 목줄을 완전히 틀어막을 정도의 초강경 조치들은 빠졌지만, 한 달여 전 채택된 대북결의 2371호와 비교하면 한 단계 수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 길 트인 ‘유류제재’…석탄 금수조치 수순 밟나 =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공급받는 유류 제품은 연간 850만 배럴로 알려졌다.

원유가 400만 배럴, 정유제품이 450만 배럴로 각각 추정된다.

이번 제재결의안은 기존 400만 배럴에서 원유 공급을 동결하되 정유제품에 대해서는 200만 배럴 상한선을 설정했다. 휘발유·경유·등유 등을 아우르는 정유제품만놓고 보면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반토막 나는 셈이다.

당장 올해 4분기(10~12월)에는 정유제품 상한선이 50만 배럴로 제한된다.

연간 총 유류 공급분 850만 배럴을 기준으로 하면 약 30%(250만 배럴) 감축되는효과가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천연가스 부산물인 콘덴세이트(condensate·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의 수출은 전면 금지된다.

제재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유류공급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된다. 북한에 공급한 유류분이 목표치의 75%, 90%, 95%에 각각 도달하면 유엔 회원국들에 공지해야 한다.

기존 제재결의안들에서 북한산 석탄 수입에 대해 단계적 보고 의무를 부여했다가 최종적으로 금수(禁輸) 조치를 취한 것과도 비슷한 접근법으로 볼 수 있다.

◇ ‘주력수출품’ 섬유·의류 禁輸…금융합작 금지 =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섬유·의류 제품의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모양과 무관하게 모든 직물과 의류 완제품, 부분품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다른 주요 수출품목이 줄줄이 차단되면서 섬유·의류 제품은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대북결의 2371로 북한의 석탄·철·철광석·납·납광석(lead ore)과 해산물의 수출을 차단한 데 이어 남은 돈줄을 더욱 옥죄겠다는 취지다. 9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금융 분야 제재로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체를 설립하거나 유지, 운영하는 게 모두 금지된다. 기존에 있던 합작 사업체도 120일 이내에 폐쇄해야 한다.

다만 이윤 창출과 무관한 인프라 사업은 대북 제재위원회 차원에서 예외를 특정할 수 있도록 했다.

◇ 해외노동자 송출 ‘자연 감소’ = 북한 정권의 또 다른 주요 외화수입원인 해외노동자 송출과 관련해서는 고용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다만 제재결의안 채택 이전에 이미 서면으로 고용계약이 이뤄진 경우에는 고용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자연 감소분’으로 해외노동자를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존 대북결의 2371호에서는 신규 송출을 금지했을 뿐, 기간 만료에 대해선 별도의 조항을 두지 않아 북한 해외근로자의 수를 사실상 동결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현재 5만~6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전 세계 40여 개국에 나가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노동자들은 수입분의 대부분을 북한 정권에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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