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예산 전액삭감하며 갈등… "선거 앞둔 정치적 정책" 비난
3가지 사업 협상 입장차 컸지만 한국당 중재로 합의

▲ 12일 오후 경기도의회 의장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일하는 청년시리즈 시행을 위한 합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최호 자유한국당 대표의원,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최춘식 국민바른연합 대표의원, 박동현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경기도청
‘일자리 청년 시리즈’ 시행을 두고 격렬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던 남경필 지사와 경기도의회 민주당이 갈등을 봉합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청년 사업을 전격적으로 시행하는데 합의했다.

진행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양측이 연정 정신에 입각해 각자의 의견을 한 수 접고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하면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단계별·기간별로 지원을 해주자는 당초 취지는 본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 1일 제322회 임시회 1차 회의를 열어 도가 제출한 2차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하는 청년시리즈’ 예산 205억5천만 원 전액을 삭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제위원들은 ‘장기적으로 6천억 원의 재정이 수반되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 삭감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사업과 청년 사업이 매칭된 사업인만큼 무난한 통과를 예측했던 남 지사는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예산을 전액 삭감 당하자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의 날 행사’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도의 청년일자리 정책과 도의회 관련 예산 삭감 사실을 소개한 뒤 “대통령도 지금 아동수당 등을 준다고 하는데 일하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이런 제도를 민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귀를 의심했다”고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토해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쉽게 봉합될 줄 알았던 갈등은 양측의 자존심 문제로 번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의 본심사에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자리 청년 시리즈 예산 반영을 도의회 민주당이 재차 문제삼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의회 민주당은 일자리 청년 시리즈 예산이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남 지사가 해당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매년 본예산 심사에 맞춰 5년 단위로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일하는 청년 시리즈’ 정책은 도의 ‘2017-2021 중기지방재정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게 주요 골자였다.

도의회 민주당은 ‘3년간 준비한 정책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정책 발표 아니냐’고 지적하며 남 지사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남 지사는 도의회가 청년들의 희망을 꺾고 있다고 반발하며 SNS예산 반영을 호소하는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예산 파행까지 이야기가 나왔던 이번 갈등은 남 지사와 경기도의회 민주당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1일 민주당은 이번 갈등을 해결할 방안으로 단기 사업인 청년복지포인트와 일하는 청년 마이스터통장 사업만 수용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하지만 남 지사는 ‘청년정책은 그 어느 것도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고 협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서며 청년 연금 예산 반영을 주창했다.

민주당과 남 지사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도의회 한국당 최호(평택1) 대표가 중재안을 들고 나서 마라톤 협의 끝에 결국 협의안에 서명을 할 수 있었다.

‘일자리 청년 시리즈’ 시행은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사업을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련 민주당 박승원 대표는 “청년정책과 관련된 협의체를 두고 종합적인 점검을 하려 했으나 연정실행위원회에서 맡아도 된다는 남경필 지사의 의견에 양보 했다”고 말했다.

남경필 지사는 “정책에 대한 플랜을 정교하고 촘촘하게 짜서 이 정책이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하는 청년 시리즈는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통한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청년연금, 청년마이스터통장, 청년복지포인트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청년연금은 도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근로자가 10년 이상 매월 일정액을 납입하면 도도 동일한 금액을 지원, 퇴직연금을 포함해 최대 1억원의 자산을 형성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청년마이스터통장은 제조 분야 중소기업 청년근로자에게 2년간 월 30만 원씩 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고, 청년복지포인트는 2019년까지 청년근로자 10만명에게 연간 최대 120만 원의 복지 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청년연금 3천582억 원, 청년마이스터통장 1천395억 원, 청년복지포인트 1천80억 원 등 2028년까지 모두 6천57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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