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백두산 등반을 통해 서로 하나가 됐다는 안양시 산악연맹 김기선 회장. 정현기자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비장애인인 셈이죠. 장애인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뜻깊은 일을 앞으로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등반을 하고 있는 김기선(56) 안양시 산악연맹 회장은 산을 통해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안양시 산악연맹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장애인 22명과 가족 4명, 자원봉사자 91명 등 모두 1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아름다운 동행, 백두산 등정 및 고구려유적지 답사’를 다녀왔다

김 회장은 13일 “백두산 등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욕도 많이 먹고 힘들었다”며 “그러나 산을 찾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등반을 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에 감동받고 뿌듯했다”고 밝혔다.

평소 산을 좋아했던 그는 1993년 정회원 60명으로 친목산악회인 뉴안양산악회를 결성한 뒤 10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매월 1회만 등반하는 친목산악회에 만족치 못한 그는 2004년 12월 40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현재의 안양 TS산악회를 결성했다.

김 회장은 1987년부터 2003년까지 3천여회의 산행을 통해 등산로를 개척했다.

산을 사랑하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10년 급성폐질환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 사경을 헤맸다.

병원 치료 당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1년여 고민한 끝에 장애인과 함께한 등산을 생각하게 됐다.

2011년 처음으로 장애인 15명과 지리산에 올랐다. 2014년에는 장애인 15명과 한라산과 주왕산을 등반했다.

김 회장은 “2015년 선운산을 함께 등반했던 장애인들이 백두산 등반을 원했다”며 “백두산 등반을 준비했으나 자원봉사자가 확보되지 못해 2016년에 등반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20명이 등반하면 휠체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자원봉사자는 60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년만에 안양시 산악연맹소속 산악회장단 회의를 거쳐 공동으로 장애인 백두산 등산을 추진했으며 충청산악회가 백두산 등산을 정기산행으로 변경추진하면서 결국 ‘아름다운 동행’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백두산 등반을 위해 각자 100만 원의 회비를 낸 후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과 함께 한 백두산 등정은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제일 중요했다”며 “자원봉사회원의 참여가 없었다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결코 추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안양 권역에 60만여 명이 산행을 즐기고 있지만 등산 지식 없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며 “산행전 기초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시민등산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1985년 군 제대 후 스포츠브랜드 회사에 취업한 후 안양에 둥지를 틀었다. 석수 2동 새마을협의회 총무, 바르게살기운동 안양협의회 사무장, 체육회 총무 등을 맡아 지역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정현기자/face001@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