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길거리 한녘 나무밑에서 볼품없이 바스라진 몸에 초점없는 눈망울도 무료하게 서성이는 우리세대의 많은 老人의 군상들이 있다.

사회에서 나라에서 혹은 가정에서까지도 별로 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마치 잉여인간처럼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갈곳을 몰라 휩쓸리는 낙엽처럼 처량하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경쟁에 졌기 때문이라고 해야 되는가? 오늘의 우리들이 과연 그와 같은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게 청춘을 보냈단 말인가?

지지리도 어려운 시기에 때어난 우리 세대를 생각하면 창연한 생각을 금할길 없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해방을 맞아 어지러운 사회의 혼란기에 해방의 기쁨은커녕 대부분의 국민들이 보릿고개를 넘겨야했고 근근히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도 몽매에도 생각지 못했던 민족상잔의 피비린내나는 6.25 남침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미처 사리판단이 어려웠던 시절 우리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더구나 이념 같은 것은 미쳐 생각할 시간도 없는 나이였지만 나라가 백척간두에서 내 부모형제가 죽을수도 있고 나라를 빼앗길수도 있다는 정의감은 어쩔수 없이 군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기몸보다도 더 큰 소총을 메고 학도병·소년병으로 출정하기도 했고 훈련소에 입소하여 전선에 투입되기도 했다.

6.25 남침 전쟁은 얼마나 참혹했던가?

변변한 훈련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선에 투입된 우리들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적의 탱크와 중공군들의 인해전술로 진격해오는 적 앞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전차라는 이름이 생소한 적의 무기는 가히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낙동강까지 밀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은 몇날며칠 잠은 물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싸워 이 나라를 지켜내었다.

그렇게 어려운 전쟁을 한 우리세대들은 몽매에도 염원했던 통일을 보지 못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물려받은 것은 식민지와 전쟁이 남긴 폐허 뿐이었다. 생소한 사회에서 쏟아져 나온 우리들은 변변한 교육 한번 제대로 받아볼 기회도 없이 잘살아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새마을 운동에 앞장서 매진 하였다, 근면.자조.자립.협동 이라는 정신과 주위환경부터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소득증대운동에 투신했고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외국에 내다 팔았다.

수 천년 이어온 지긋지긋한 가난만은 후세들에게 물려주지 말자고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고 우리세대들은 굳은 결심과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성장의 쟁기를 몸으로 끌었다.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속 성장으로 선진국으로 우뚝서게 되었다.

그 어려운 인고의 세월을 겪은 우리세대들은 레져도 청춘도 사생활도 포기하고 살아온 한 많은 어려운 세월이었지만 누가 뭐래도 보람과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자랑스런 세대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우리들은 어떻한 위치에 처해 있으며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국가와 사회는 우리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 우리 세대들은 현대사에서 과연 무었인가? 조국은 우리세대들에게 과연 무었인가? 국가와 사회는 우리들의 이 질문에 똑똑히 대답을 해 주어야한다.

중국의 유명한 역사가 사마천은 남성의 상징을 제거 당하는 무서운 형벌을 받은 불구의 몸에도 역사가로서 사명감에 불후의 명작 사기(史記)를 남겼고 공자는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곤경을 겪으면서도 '춘추'를 저작했고 손자는 두 다리를 잘리면서도 '병법'을 저술했다.

그러나 우리세대들은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겪으면서 잿더미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집단은 핵개발이란 엄청난 사건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으니 이는 제2의 6.25보다 더 크나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동방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영원히 존속시켜 남북통일이란 화려한 강산을 지켜나가야 한다.

한국주재 모 외국특파원이 언급했듯이 우리의 유구한 5천년역사에 우리세대야 말로 가난과 보릿고개를 없앤 훌륭한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과거를 모루는 사람들에게는 진실한 미래가 없기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 역사상 훌륭한 인물도 많았지만 그들에 못지않게 우리세대들도 현대사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우리 세대들은 현재 외롭고 서글픈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먼 훗날에는 분명코 빛나는 업적이 역사로 회자 될것이며 위대한 세대로 기록 될 것이다. 지금 힘들고 고독하지만 숙명으로 여기며 조용한 노후를 즐기며 살고 후세들에게 남은 숙제는 넘겨주자.

김상희 전 6.25참전유공자회 의정부시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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