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학부모의 ‘무릎영상’이 SNS와 뉴스를 통해 전파되면서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20여 명의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장면이었는데, 지역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어 부끄럽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비단 특정지역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장애학생 수는 8만 9천여 명에 이르지만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하여 3분의 2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설사 힘든 경쟁을 뚫고 특수학교에 입학하여도 수 시간씩 걸려 통학하는 등 장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OECD에 가입한 세계 10대 무역 강국인 대한민국. 이제는 우리 스스로 장애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스스로 되짚어 봐야하지 않을까?

부담스러운 시선,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 상처만 주는 섣부른 위로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지난 8월 24일부터 사흘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장애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네 번째 백두산 원정’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

필자는 안양시 산악연맹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2011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네 번째 참여했다.

특히 이번 산행은 지난 2015년 선운산 행사에서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가보고 싶다는 장애인의 희망에 따라 2년여 간의 준비와 노력 끝에 나설 수 있었다.

매번 아름다운 동행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면서 느끼는 점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도움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비장애인들이 더 도움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리산과 선운산, 한라산에 이어 백두산까지 비장애인도 오르기 힘든 곳인데 하물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함께라니! 그러나 필자는 이 모든 산행이 장애인과 함께 해서 가능했다고 단언한다.

이번 백두산 등정만 하더라도 22명의 시각, 청각, 지체장애인을 1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손을 잡고, 휠체어를 줄로 묶어 끌면서 백두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등반 첫 날, 8월 하순임에도 거센 비바람과 우박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지만 둘째 날 기어코 천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다 장애인들 덕분이었다.

힘들 때 격려해주는 이도,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주는 이도, 나에게 천지의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이도 바로 장애인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함께하면 귀찮고, 손해 보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의욕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고마운 분들이고 내 인생에 있어 스승과도 같은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 자식을 두었다고 부모가 무릎을 꿇고 하소연해야 하는 사회, 부끄럽고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을 조속히 탈피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격리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늘 함께 할 수있는 교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장 등 동등한 입장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동행’이 우리 주변에서 흔한 일이 될 때 헬렌 켈러, 스티브 호킹 등 장애를 딛고 인류에게 교훈과 지혜를 주는 위대한 인물을 비로소 우리나라에서도 보게 될 것이고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리라 기대해 본다.

이필운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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