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대 열흘을 쉴 수 있는 이번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준비물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중 3년 전 여름휴가 때 맥주에 넣어준 얼음이 배탈을 일으켰던 기억을 떠올렸다. 모처럼 떠난 휴가였지만, 계속된 설사와 복통으로 제대로 된 여행은 즐기지도 못하고 숙소에만 누워 있다가 돌아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행자 설사, 음료에 들어간 얼음과 양치물도 조심



질병관리본부는 세균성이질 등 설사 감염병의 해외유입이 지난해 대비 2.8배 증가했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열대지방을 여행하는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감염병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의해 걸리는 감염성 질환을 수인성 전염병이라고 하는데, 해외여행 중에는 특히 설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여행지에 도착하고 1~2일 이내에 발생하며, 대개는 저절로 회복되긴 하지만 충분한 수분섭취를 통해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A형 간염 등의 질환도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걸릴 수 있다.

이러한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원칙은 끓여먹고, 익혀먹고,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먹고, 그렇지 않은 것은 먹지 않는 것이다.

물은 뚜껑을 따지 않은 생수를 사서 마시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제공하는 얼음이나 양치물도 출처가 확실한 것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여행을 다녀온 후 발열, 설사, 구토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해외여행 다녀온 사실을 알려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모기매개 감염병,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현지 예방수칙 준수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해당 여행국에 어떠한 감염병 위험 요인이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에 속한 모기에 물린 경우 발병하는데, 우리나라 국민들도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해외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으로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있다. 선천적 소두증과 관련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지카바이러스도 모기 매개 감염병이다.

특히 이 모기들은 야간에 더욱 주의해야 하며,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와 주변국가, 적도 인근의 동남아 국가에서는 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예방접종이나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또한 감염병 유행지역을 여행할 때는 긴소매의 옷과 긴 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적게 하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열대지역에서 주의 필요



뎅기열은 숲모기류의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데,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이집트숲모기는 도시생활에 적응력이 뛰어나 다른 모기 질환에 비해 도시지역에서도 호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 모기와는 반대로 낮에 흡혈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 야외활동을 할 때에 주의가 필요하다.

뎅기열에 감염된 환자 중 약 5% 정도가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또한 짧은 시간에 여러 명의 사람을 흡혈할 수 있는 만큼, 가족단위의 집단발병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우리나라는 뎅기열 발생 국가는 아니지만 매년 해외에서 감염되는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발병하는 감염병이다. 이집트숲모기가 주된 매개체로,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임신한 여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및 뇌기형 신생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성접촉에 의한 감염사례도 보고된바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이지만, 임신 전후에는 남녀 모두의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현지에서의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번 연휴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일반적으로 필요한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이 좋다. 또한 해열진통제와 같은 상비약, 반창고, 모기기피제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대성기자/sd1919@joongboo.com

도움말 : 김의석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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