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

아침에 눈을 뜨기 전부터 휴대폰으로 문자가 쇄도한다. 시민들의 민원문의 문자가 알람보다 더 빨리 울리기 시작했다.

떠지지도 않는 눈을 힘겹게 들어올려 문자메세지를 확인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며 출근을 준비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민원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 종일 민원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으며 퇴근을 준비한다.

우리 같은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란 없다. 밤에 잠이 들어 있어도 휴대폰을 뜬 눈으로 시민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인가 밤 늦은 시간에 급한 민원 연락을 받고 시청 관련부서 공무원과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선지 연락이 쉽게 되지 않았고 수 차례의 통화시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그만 짜증이 올라왔다.

“도대체 왜 전활 안받는 거야?”

하지만, 잠시 뒤 짜증난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하겠지!

그래! 내일 연락하자!’

요즘 TV 광고 중에 인상깊은 광고가 있다.

어린 딸 아이가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또 놀러오세요”라고 말하는 피로회복제 광고다.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아빠는 늘 아침 일찍 집을 나가서 밤 늦게 들어와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들어 아빠는 집에 놀러오거나 잠만 자러오는 사람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적정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3주만 잠을 자지 않으면 인간은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수면이란 단순히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수면을 통해 인간은 그 날의 피로를 회복하고 뇌는 수면을 통해 수집한 정보 중 중요한 정보는 저장하고 쓸모없는 버림으로써 뇌 기능을 유지한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퇴근하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기 일쑤다.

지친 직장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 바로 퇴근시간이다. 농담조로 직장인들은 출근을 하면서 퇴근을 준비한다고들 한다.

그만큼 퇴근 이후의 생활도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 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각종 메신저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거나 다시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속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출근과 퇴근의 시간적?공간적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항변으로 몇 년전 일명 ‘칼퇴근 법 (또는 카톡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칼퇴근 법’에 대한 직장인들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직장인들은 칼퇴근 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 법이 정착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작금의 직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지 오래다. 업무성과 창출과 경쟁사와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내게 돈을 주는 회사를 살릴 수 있으며 회사가 살아야 내 일자리와 내 가정·가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전쟁터보다 더 냉혹하고 살아남기 힘든 전장일지도 모른다. 전쟁 중에도 군인은 휴식을 하고 휴가를 가기도 한다.

전투를 하는 군인의 사기를 높이고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 직장인에게도 휴식과 휴가가 필요하다.

회사의 존망이 달린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칼퇴근을 시켜 다음 날의 전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주자.

전투력을 상실한 군인은 더 이상 군인이 아니고 전투력이 없는 군대에겐 전멸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퇴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도록 하자.

권혁진 안성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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