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SOC예산으로 18조7천억 원을 편성했다. 10년 만의 최저치다. 더구나 2020년 18.5조원에서 매년 6%씩 감액하겠다는 중기재정계획도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설경기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 침체와 공기지연에 따른 총사업비 증가를 우려하며, 급격한 SOC 투자 축소문제가 예산심사의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OC 투자는 국민안전과도 직결된다. 1970년대 집중 투자된 공공시설물들이 준공 후 40년을 경과함에 따라 노후인프라 시설개선과 내진보강 등 사고예방과 유지관리 문제도 중요하다. 물론 보수정권 시절, 연평균 세출예산이 4%씩 늘 때에도 SOC분야는 12개 분야 중 유일하게 감소해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SOC 투자는 과연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나. OECD 평균 통근시간이 28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배가 넘는 62분이다. 교통안전 평가에서도 대한민국은 OECD 34개국 중 32위다. 철도스톡은 유사규모의 인구와 면적을 가진 국가대비 70% 수준이며, 기술력 또한 마찬가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 맞는 교통인프라는 못되는 것이다.

교통 공공성 회복도 과제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절반, 2천5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대도시권 ‘교통혼잡’ 비용, 낙후지역 ‘교통소외’ 애로라는 두 가지 해법이 함께 요구된다. 소위 “경기남부 경부 축은 막혀서 죽겠고, 경기북부 경원 축은 없어서 죽겠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북부 기간교통망은 부족하거나 있어도 민자라 상대적으로 비싸다. 경기남북 도민 모두 똑같은 주권자이며 납세자다.

지난 7월 25일, 기재부 관계부처합동에서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수도권 출퇴근시간 30분 단축을 위한 ‘광역버스노선 추가확대, 광역급행철도 단계적 착공 등 편안한 대중교통서비스 제공’, ‘벽지노선 운영 등 도로·철도 공공성 강화’가 담겨졌다. 광역교통청 신설, 전철 급행화, GTX 단계적 추진 등 도민 숙원과제들도 포함되었다. 덕분에 경원선 전철 양주~동두천 구간 증회도 연내 시행을 목표로 전격 진행 중이고, ‘경기북부 5대 핵심도로’면서도 국정농단 사태로 미뤄졌던 장흥~광적 국지도 신규 설계비도 배정되었다. 늦었지만 다행이고 변화다. 다만 광역급행버스(M버스) 노선확대는 답보 상태다. 버스회사들이 적자를 걱정하며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버스지원을 위한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이어 연달아 발의했지만, 관계자들은 재정당국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부처별 상향식(bottom-up) 예산요구를 강조하지만, 실제는 기재부 주도의 하향식(top-down) 편성인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지자체와 지역민 목소리는 가히 언감생심이다.

따라서 정부가 편성한 일방적인 예산안을 국회가 심의의결권을 통해 민의를 반영한 균형적인 안으로 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론과 관료들은 국회의 수정의견을 소위 ‘쪽지예산’이라 폄훼한다. 심지어 ‘포크 배럴(pork barrel)’, 특정 선거구민과 정치인을 위한 선심성 보조금으로 조롱하며 정치혐오를 퍼뜨리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중앙언론사나 부처공무원, 재정전문가라 해도 지방의 실정과 주민의 요구를 국회의원보다 더 잘 알기는 어렵다. 국회 구성에 지역대표성을 갖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버스와 전철 대중교통정책은 교통복지의 구현이라는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 수도권 통근대책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복지정책이기도 하다. 국민의 교통권 내지 이동권은 사회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도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교통공공성 확충을 위해 관심을 기울일 때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내일의 미래를 위한 적정규모의 SOC투자는 지속되어야 한다.

정성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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