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낮아진 여주대교 녹조 뚜렷...6m 파낸 강바닥은 1m로 얕아져

▲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 상류 300m지점에서 수질과 지질토 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4대강 보 수문 개방에서 제외돼 왔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현장점검하며 4대강 공사로 인한 한강 오염 현황 조사를 했다. 노민규기자
중부지방에 비가 예보 됐던 19일 오전.

약속장소인 여주대교 밑 간이 선착장에는 수중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각종 장비와 작은 배 한 척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12일 남한강 유역에서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정도의 녹조가 발견(중부일보 9월 15일 1면 보도)된 가운데 이날은 환경단체가 앞장서 정확한 성분 분석을 위해 강물과 퇴적물 등의 샘플을 채취하는 날이다.

(사)시민환경연구소와 경기환경운동연합,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한강유역네트워크, 환경운동엽합 등 시민단체와 대한하천학회 소속 오준오 박사팀이 함께한 현장조사는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여주대교 밑에서는 강 바닥의 토양과 강물을, 실지렁이가 발견됐던 찬우물나루터에서는 강변의 토양을 각각 채취해 샘플 봉투에 옮겨 담았다.

현재 한여름을 지나 기온이 상당히 내려갔고, 최근에는 여주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충분히 희석 됐음에도 수심은 과거보다 낮아졌고,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야 할 곳에는 썩은 진흙이 쌓여 있었다.


▲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이 19일 오후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 상류 300m지점에서 수질과 지질토 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4대강 보 수문 개방에서 제외돼 왔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현장점검하며 4대강 공사로 인한 한강 오염 현황 조사를 했다. 노민규기자

▶6m 파냈는데 고작 1m뿐인 수심 = 수공의 도움을 받아 환경단체 관계자와 오 박사 팀, 취재기자 등이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면서 바라본 남한강의 색은 그야말로 연두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했으며, 배가 출발하면서 내뿜은 포말은 확연한 녹색빛이 감돌았다.

배에 함께 오른 수공 관계자에게 ‘강물이 녹색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조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건 사실”이라며 “눈으로 보기에는 녹색으로 보여도 직접 떠 보면 투명하다. 최근에는 근처에서 철인3종경기 등이 열렸는데 그 선수들이 오염된 물에서 대회를 열었겠느냐”고 답했다.

먼저 도착한 이포대교 중간 지점에서는 모래나 자갈 등을 퍼올리는 그레버(Grabber)를 수차례 내려 보내봤지만 성인 남성 주먹만한 돌이 올라오고 모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뱃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5m가량 이동한 곳에 도착해서야 그레버가 모래를 머금고 올라와 샘플을 채취할 수 있었다.

그레버와 함께 강바닥으로 내려보낸 다기능수질측정기는 염분과 수온, 용존산소, 수소이온농도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측정기를 바라보던 오 박사팀의 관계자는 머리를 갸우뚱 하며 수심이 고작 1.2m밖에 되지 않는다고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것이 배가 출발하기 전 수공 측에서는 현재 수심이 약 2.3m가량 될 것이라고 했고,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당시에는 강바닥을 6m나 파냈는데 이날 검사 장비가 1m가량밖에 내려가지 않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여주보가 완공된 2013년 이후 4년여 동안 계속해서 침식현상이 일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강물에 쓸려내려가야 할 것들이 내려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쌓이기만 하니 수심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는 보가 생기면서 유속이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모래가 있어야할 자리에 모래가 파이는 세굴현상이 일어나 모래가 없어진 것”이라며 “보다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현장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니토 퇴적 자체가 심각한 오염 상태” = 두번째로 샘플 채취를 위해 들른 곳은 지난주 녹조가 발생한 여주보 하류의 찬우물나루터.

찬우물나루터로 이동하기전 이날 일기예보대로 강한 빗줄기와 동전크기의 우박이 쏟아졌다.

이를 본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금 내리는 빗줄기가 강해 어제도 확인한 녹조가 희석됐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본격적으로 강바닥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오 박사팀은 장비를 챙겨 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갯벌처럼 발이 빠져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오 박사팀은 이내 자리를 잡고 그레버를 내려보냈다.

채취 지점이 강변인만큼 그레버는 약 1m가량 내려가 멈췄고, 다시 끌어 올린 그레버 안에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시커먼 진흙이 담겨져 있었다.

직접 손으로 만져본 결과 모래라기 보다는 미끄러운 흙, 진흙에 가까운 촉감이었으며, 흙이 썩으면서 나오는 악취는 나지 않았다.

수공 관계자는 “위치가 강변이다 보니 강변에 쌓여 있던 흙이 흘러 내려갔을 수도 있다”고 설명 했지만 오 박사는 “국토정보지리원의 위성사진 등을 확인해 보면 모래가 깔려 있는 모래하천 이었는데 진흙이 있을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오니토는 강바닥이 심하게 오염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메탄가스를 뿜어 물을 뜨면 거품이 생기며 악취도 동반한다.

녹조가 심한 낙동강 등 4대강 사업 구역마다 이런 오니토가 상당히 쌓여 있다.

오 박사는 “한강이나 금강, 영산강 등은 전부가 모래하천이었다. 오니토가 발견되면 안되는 곳”이라며 “보가 건설되면서 유속이 느려지고 정체되면서 유기물이 공급돼 강바닥에 오니토가 상당히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니토가 퇴적됐다는 자체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라며 “하천 바닥이 썩고 있는 것이다. 물줄기가 내려가면 최대 식수원인 팔당이 나오는데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각 지점에서 채취한 샘플은 오염도 등 3개 항목을 측정해 2~3주 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우기자/kplock@joongboo.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