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표구사 심원당이 오래오래 이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어요.”

수원시 매교동에서 심원당 표구사를 운영하는 홍학선씨(58)는 묵직한 목소리로 20일 이같이 말했다.

심원당은 수원서 가장 오래된 표구사다. 1972년 매산로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45년간 수원 표구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수원 토박이인 홍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 인사동에서 표구계의 장인이라 불리는 박당 김용복 선생에게 직접 표구를 배웠다. 이같은 고급 기술을 수원에 전파하고자 귀향, 먼 친척이던 이한용씨가 운영하던 심원당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심원당은 원래 마음 심(心), 동산 원(園)자를 썼어요. 마음의 동산에서 놀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뜻이죠. 말그대로 이곳은 예술가의 주막집이라고 생각해요. 수 십년동안 꾸준히 서예가들, 미술가들이 지나가다 들려서 작품 이야기도 하고, 술도 한잔하는 그런 공간이니까요. 수원에서 유명하다는 작가들은 전부 거쳐갔고, 지금은 수원시서예가총연합회의 사무국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홍 씨는 가장 오래된 심원당에서 표구를 지켜왔다는 자부심과 서울 못지않은 고급 액자 표구를 하고 있다는 자존심이 있다. 이같은 열정 덕분인지 심원당의 명성은 서울 표구계에서도 유명하다.

하지만 홍 씨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변화하면서 표구를 찾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현재는 단순히 인테리어 목적으로 액자를 걸 뿐이라는 것이다.

“표구는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재창조하는 과정이예요. 유지·보존을 위해서 행하는 일종의 복원 공예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액자하나 만드는데 왜이렇게 비싸냐고 오히려 되묻고는 해요. 그래도 진정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예술인들은 표구의 정성스러움과 소중함을 알고 꾸준히 찾아오고 있어요.”

홍 씨는 심원당을 3대까지 이어나가기 위해 후계자를 물색 중이다. 심원당의 간판을 달고 표구가 꾸준히 제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하길 바란다. 심원당의 존재가 곧 그의 꿈인 것이다.

“지금 심원당은 깊을 심(深)에 멀 원(遠)자를 써요. 이곳이 좀 더 깊고 멀리 갈 수 있게끔 의미를 둔 것이지요. 후계자가 현대에 맞게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심원당이 전국적으로 널리 전해지는 것이 제 꿈입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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