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은 ‘N포세대’라고 불린다. 포기 일 순위는 ‘내 집 마련’이다.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나와 같은 40대만 해도 생애 가장 큰 목표는 내 집 마련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39세 이하 평균 가구주가 홀벌이로 4인 가족을 부양하며 내 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8년 넘게 걸린다. 그러니까 20대에 시작해도 50대에나 가까스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내 집 마련까지의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경기도 화성 동탄 부영아파트 부실시공 사건을 접하니 공공의 책임을 느낀다. 화성 동탄 부영아파트는 분양 당시 높은 경쟁률에서 보듯이 꿈의 아파트였다. 모델하우스는 잡지에나 나올법한 그림 같은 집이었다. 평생의 꿈이 실현되는 낙원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작 입주한 주민들은 기막힌 현실들과 맞닥뜨렸다. 욕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곰팡이가 슬어있고, 문짝이 덜렁거리는 문제뿐만이 아니다. 지하주차장은 비만 오면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이더니 급기야 지난여름 집중호우 때 물난리가 났다. 엘리베이터는 홀 벽체와 천장의 결로로 불안했고, 쓰레기 집하장의 배수로 부족으로 빗물이 역류했으며, 보도블록은 깨지고 긁혔다. 1,316세대 아파트에서 접수된 하자보수가 무려 78,000여 건에 이른다고 하니, 주민들이 절로 한숨이 나올법하다.

더욱이 이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는 여러 지역에서 ‘부실시공’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위례신도시 임대아파트의 경우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가 발생했을 때 건설사의 후속 조치가 늦어지자 입주자들이 지난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랬더니 입주자대표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 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입주자대표에게 계약해지 철회를 조건으로 건설사 회장에게 반성문을 쓸 것을 요구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나는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건설사의 갑질 횡포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어봤기에 이 뉴스에 동병상련을 느꼈다. 12년 전, 임대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대표로서 주민들의 권익 보호에 나섰다. 건설사는 내게 세대주와 계약자가 동일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분양 불가를 통보했다. 계약 당시는 물론 사는 동안에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니 입주자 대표로 활동하는 것이 고까웠던 모양이다.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관공서도 정치인도 문턱이 높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시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했다. 이번에는 건설사는 ‘계약 해지’ 통보를 해왔다. 난데없이 살던 집에서 쫓겨난다니 억울하고 화가 나서 손끝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정신이 혼미해졌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절망감 속에서 기적이 일어났지만, 그때 일은 평생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런 경험 때문에 힘없는 사람 편에서 억울한 문제를 해결해주고자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평범한 사람에게 집이 지닌 가치는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결코 소홀히 대해서도 안 되고, 힘 있고 권력이 있다고 해서 갑질을 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다세대가 공존하는 아파트는 부실시공의 연쇄반응과 파장이 더 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더욱 꼼꼼하게 건축 과정을 진행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 부영건설이 이런 책임을 방기한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주민들의 요구에 성의 없는 대응이라니 공분을 살 만하다. 한 아파트 분양으로 인한 불만이 경기도는 물론이고 경기도의회 민원에 이렇게 많이 제기된 적이 없을 정도다.

부영건설의 부실시공 문제는 남경필 지사가 직접 ‘전면전’을 선포하고 뿌리를 뽑겠다고 나섰다. 아파트 선분양제 제도를 악용해 신뢰를 깨는 건설사의 근원적인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다. 부실시공 업체는 선분양 제도권에서 퇴출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는 등 분주하다.

경기도는 화성시와 함께 부실시공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역시 이러한 행태를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현장 방문을 통해 끝까지 추적 관리할 것이다. 도민들이 안심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는 그 날을 목표로 함께 뛰겠다.

도민 누구나 평생 성실하게 모은 돈으로 꿈과 희망을 이루는 내 집 마련! 그 꿈을 응원하면서 따뜻하고 희망찬 경기행복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1,300만 경기도민 누구의 꿈도 결코 평범할 수 없다. 꿈은 크든 작든 누군가의 간절함이 담겨 있어서 비범하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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