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가정주부 이 모(46)씨는 브래지어에 필로폰을 숨겨 국내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 대담한 범행은 2014년부터 3년간 총 13회에 걸쳐 이뤄졌다.

마약 관련 전과가 없고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씨는 공항 검색대를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마약 운반 대가로 밀수조직으로부터 1회당 150만~300만 원을 받았다.

그가 검거된 건 공항 검색대가 아닌 중국에서였다. 첩보를 입수한 한국 검찰이 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하면서 결국 덜미가 잡혔다.

◇ 하루 10만명 공항 이용객...속옷에 숨긴 마약 적발 어려워

주부, 젊은 여성, 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마약 의심 사유가 없다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별다른 검색을 받지 않는다.

마약은 엑스레이(X-ray)로 발견할 수 있는데 입국할 때는 일부 인원에 대한 수화물 검사만 엑스레이를 진행한다.

인천공항에서는 마약 사범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거나 출발지, 연령대, 수화물 수 등을 확인해 의심이 가는 이들을 걸러낸다.

일반 시민들이 몸에 마약을 소지했을 경우 조사관이 직접 검사하거나 탐지견이 마약을 찾아내는 것 외에 마땅한 적발 방법이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루 10만명에 달하는 공항 이용객을 전부 검사하기엔 물리적으로 힘들어 일부 밀반입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 항공운송 통한 마약 적발 90%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행기로 마약을 실어나르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단속 적발 가운데 항공 여행자, 국제우편, 특송화물 등 항공운송을 통한 적발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마약류 적발 건수는 모두 382건으로 총 중량은 5만36g으로 집계됐다. 적발한 마약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887억 원에 달한다.

반입경로 별로 보면 국제우편을 통한 적발이 240건으로 가장 많았고 항공여행자(63건), 해외 직구 등을 통한 특송화물(60건), 해상여행자(11건) 등이 뒤를 이었다.

◇ 일반인 쉽게 마약 밀입국...마약사범 역대 최고 기록

지난 16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인 남 모(26)씨는 중국에서 구매한 필로폰 4g을 속옷에 숨겨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남씨 역시 공항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는 이틀 뒤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일반인까지 마약 밀입국에 합세하면서 한국 마약사범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4천214명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약청정국(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 한국에선 1만2천명)' 기준을 넘어선 수치다.

주요 마약류 압수량도 117㎏으로 2015년(82.5㎏)과 비교해 41.8% 급증했다. 한국 마약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마약해도 솜방망이 처벌...35.5% 집행유예로 풀려나

마약류 밀수와 거래를 줄이기 위해선 강력한 단속과 중독자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한국은 마약 범죄 처벌에 관대하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1심 재판을 받은 사람 4천609명 중 35.5%(1천639명)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현행법상 마약 사용자는 징역 1년 이상, 제조·판매자는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해진다.

마약 치료에도 소극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마약 치료보호사업 예산은 2014년 6천5백만 원에서 지난해 6천만 원으로 줄었다. 1년을 치료 기간으로 잡으면 단 2명 정도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예산이라고 의료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마약사범 재범률은 2014년 23.9%, 2015년 31.1%, 지난해 36.7% 등 해마다 늘고 있다. 3명 중 1명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는 의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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