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 최소의 안전망 불구… 상위법 지연탓 조례논의도 멈춰

인천지역 청소년의 노동 인권 조례가 1년 가까이 인천시의회에서 잠자고 있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은 고용주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다수 노출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인천에는 없는 셈이다.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인천광역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발의됐으나 1년여 동안 계류 중이다.

조례는 청소년 노동 인권 증진을 위한 인천시장의 책무를 규정하고, 민관 협의체 구성, 청소년 노동 실태조사 실시, 상담체계 구축 등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증진해야 할 일을 명시했다.

이는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청소년들을 시가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237회 정례회의에서 상임위원회에 안건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당시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조례의 상위법인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에는 동성애 관련 내용은 없지만, 시의회는 개신교 단체의 압력에 조례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조례 통과가 늦어지면서 지역 내 청소년들은 불합리한 상황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가 고등학교 5곳 977명의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56.3%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나, 근로계약서 작성자는 14.9%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노총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3.8%가 휴게 시간 미준수, 주휴수당 미지급 등 부당 노동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도 많다”며 “조례는 일하는 청소년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고 말했다.

시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간헐적인 노동 인권 교육만을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 산하 8개 청소년 수련관에서 자체적인 노동 인권교육을 진행할 뿐이다”며 “조례 제정이 늦어져 교육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박병만 시의원은 “조례 통과를 다시 추진할 생각은 있지만, 선거가 임박하니 여야를 막론한 동료 의원들이 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싶어해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고 지적했다.

허좋은기자/hgood@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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