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족사회, 학교사회, 기타 생활 영역에서 많은 말들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보니, 교과서에서 말하는 이성을 가진 절제된 대화 외에 상스럽지 못한 말을 뱉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 언어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발설자에게 나쁜 메아리로 돌아오고, 나아가 인간관계를 혼탁시키는가를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내가 60년대 대학 재학 중 가정교사를 할 때의 이야기다. 그 가정은 고등학교 1학년과 중2의 두 아들을 두고 있고, 아버지는 아주 엄격하였다. 그런데, 중2의 아들은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으나, 고1의 큰아들은 나쁜 친구들을 사귀어 자주 말썽을 일으켰고, 학교 성적도 하위에 속하였고, 늘 그의 아버지에게서 꾸지람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가정교사로 들어간지 3개월쯤 되었을 때, 그는 마음먹고,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으나, 어느 날 가출을 하여 버렸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통팔달로 수소문 끝에 지방의 어느 곳에 가있는 것을 알고, 내려가서 설득하여 서울의 집으로 데려왔다. 내가 그가 있는 곳에 가서 가출원인을 물었더니 나쁜 친구들과 교제를 끊고, 배신자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려 했으나, 아버지는 툭하면 “버린 자식”이라고 하였는바,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그 후 나는 그 아버지에게 상처 주는 말씀을 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고, 그 아버지도 아들의 가출로 충격을 받아서인지 매우 애정적으로 대하였다. 그 후 아이는 바른 길을 걸었고, 대학에도 진학하였고, 지금은 대학교수로서 정년까지 마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느끼는 것은 자식을 훈계 할 때, 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삼가고, 못마땅한 점이 있더라도 “애정적으로 이해”하여주고 고운말로 타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의 인간관계는 가정을 기초로 형성되가는 것일진데, 가정의 화목은 이 국가 사회의 화목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나는 여기서 제반 집단 사회 영역에서 거의 동일하게 문제 되나, 특히 정치인들의 언행 영역에서의 거친 말이 이 사회에 주는 영향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치인들의 언행은 TV, 신문 등에 의하여 낱낱이 보도된다. 그것이 일반사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의 인성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회의장에서 폭력을 휘둘고, 발언에서 쌍욕을 하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성인들이 옳지 못한 면을 보여주고, 부지부식간에 답습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되고 있다면, 논리의 비약일까. 국회의원이 발언이 상대방의 심중·태도의 정곡을 찌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언행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의 “쌍말”은 금물이다. 이 쌍말은 상대방이 비이성적 행동을 자극할 수도 있다. 즉 “비판의 정치기술”로는 매우 서투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쌍말”은 더욱 질이 나쁜 “”언행“을 유발할 뿐이라고 본다. 나는 50여년의 정치사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고약한 용어“로 욕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고, 그것이 비판받고, 조롱당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욱더 강경한 대처 방법“을 유발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었고, 재방송까지 하는 드라마 ”야인시대“는 폭력 속에 윤리를 담고 있어,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실시간 현상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된 드라마이므로 가능한 면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 현장을 방송하는 것은 사실로서 ”드라마“는 아니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음은 잘 안다. 그러나 TV, 신문보도는 그 쌍말이나 폭력적 장면이 일반사회의 정서나 특히 청소년의 교육적 측면에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하여 ”걸러내는 방송“을 하여 주었으면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지도급에 속하고 있는 정치인의 절제된 언행이 먼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외회의 발언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의 언행은 사회에 주는 영향이 지대하고 정치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송희성 전 수원대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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