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훈련하는 선수들이 걱정 없이 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일반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갈 곳이 없다.부상,팀 해체,세대교체 등 선수들의 은퇴를 결정짓는 요소들이 다양한 만큼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은퇴를 해야 하는 선수들이 많이 발생되고 있다.

몇년전 국정감사에서 은퇴한 선수들의 사회 진출 문제가 제기됐다.은퇴선수 생활실태 조사 결과 3명 중 1명은 무직으로 나타났고 간신히 일자리를 찾은 선수들의 다수가 단순노무직이나 기술직 등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당연히 임금 수준도 낮다.운동에 인생을 걸고 달려 온 선수들로 인해 대한민국 체육 역시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정작 그들의 제2인생은 밝지 않다는 얘기다.

대한체육회의 찾아가는 운동선수 진로교육 강사 홍원표(32)씨도 은퇴 후를 걱정했던 전 유도선수다.

어릴적 우연한 기회로 유도를 시작한 홍씨는 대학에서도 유도를 전공했다.대학시절 학과수석 장학금, 총학생회장 등 대학내 엘리트로 손꼽혔지만 유도를 그만두고 취업에 나섰을때 1차 서류도 합격 못하는 상황을 계속 겪었던 그다.홍씨는 “운동에 전부를 걸고 달려온 선수들이 은퇴 후 제2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 많은 제도적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씨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은퇴 후에 대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그가 말하는 은퇴 선수들의 삶을 들어봤다.

 ―우선 운동을 그만둔 배경이 궁금하다.

“선수시절 유도를 잘하기보다 열심히 노력했다.다니던 고교가 유도로 전국 명문 학교였다. 실력이 부족했기에 죽기살기로 노력했고 남들 자는시간 새벽 4시30분에 나가서 훈련을 시작했다.야간에도 잠을 줄이며 야간운동에도 전념했다.그만큼 운동이 곧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노력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해외에 사업을 하시다가 투자실패로 연락이 두절되면서 환경적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운동을 그만 두게 됐다.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내 생계를 도와 줄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혼자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 할 상황이어서 운동을 할 수있는 환경이 안됐다.”

―갑작스럽게 그만뒀다는 얘기인가.

“그렇다.운동만 생각하고 달려왔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당연히 나이가 들면 그만 둘 수 있다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시기가 아니였다.”

―일반 운동선수들의 은퇴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가.

“부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여기서부터가 문제다.친구들이 공부하고 학원에 가고 할때 선수들은 훈련을 하고 운동에만 전념한다.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회사원을 꿈꾸는게 아니지 않는가.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그게 운동선수다. 하지만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수년간 은퇴 선수들에 대한 제도 마련과 진로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애기가 나오고 있지만 달라진게 없다고 본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그런걸 일깨워주고 싶다.”

―운동을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하며 1차서류도 합격못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나?

“대한민국이 은퇴한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본다. 회사에서는 운동을 했다고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직접 겪은 얘기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좋은 대학을 나온 친구보다 더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경우에도 운동선수 출신은 기회가 없다.그런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학과수석, 총학생회장 등 대학시절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럼 다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운동선수 출신을 반가워 하지 않는다. 운동했다고 하면 학교 다닐 때 일반 학생들은 공부할 시간에 운동만 했다고 생각한다.거기서부터 차별적 시각이 생긴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잘 몰라. 이런 시각말이다. 아예 질문을 받지도 못한다. 능력을 보려해야 하는데 보질 않는다. 물론 준비가돼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는 공평하게 가져야 한다.일반적으로 부상 등 다른 요인 없이 정상적으로 운동을 하고 은퇴하는 시기가 30대 중반이라고 보면 충분히 새로운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는 시기인데 기회가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운동 선수들은 오로지 한 길 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그러나 은퇴 후 여건이 너무 열악한 면이 있는것 같다.생각이 어떤가?

“운동선수 이후 은퇴선수의 삶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 충격적이 사례가 있다.올해 찾아가는 운동선수 진로교육 강사로 서울에 한 태권도부를 찾아갔다.학생들이 운동선수 이 후 은퇴선수의 삶에 대한 준비나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13년 전 우리선수 시절 때와 똑같이 은퇴 후의 삶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말도 안되는 현상이다. 세월이 10여년이 지났는데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이 문제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은퇴선수들을 은퇴선수 후의 삶을 챙겨야 하며 개인적으로도 준비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 무엇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17개 시·도 및 모든 구에 은퇴선수 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예산은 국민체육기금으로 사용하고, 그 역할로는 운동선수의 경력 설계 및 은퇴 후 사회적응을 위해 진로상담, 취학·취업 알선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실질적·체계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대상은 중·고등학교, 실업팀, 국가대표 등 현역선수 시절부터 은퇴를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은 선수기간 중의 학업, 교육 훈련, 자기 개발 기회 등을 제공받고 은퇴 후를 보다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또 각 운동선수학교와 지역 기업과의 MOU 체결을 통해 인턴 및 실습을 하고, 운동선수를 그만 둘 시에는 기업에 바로 채용 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

 ―대한민국 체육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강의를 하고 있다. 어떤 내용을 강조하나?

“강의를 듣는 대상은 고등학교, 대학교 현역 운동선수들이다.강의의 목적은 지금 운동선수를 하면서 은퇴선수 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신문기사,영상,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지금 운동선수들은 하루종일 운동만 하고 자랐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은퇴 후의 삶 문제에 대해 인지 할 수 없다.은퇴선수 후의 삶은 준비하고 인지시키고,방향을 제시하는 일이 그들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다.부상 등 운동선수들의 은퇴를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해 은퇴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은퇴 후 진로 계획이 없다면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은퇴는 극복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된다.고등학교 운동부 선수들 역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시기며 사회로 진출하는 첫발을 떼기 직전인 만큼 이러한 진로 계획을 탄탄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진로교육은 운동선수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갑작스러운 은퇴에 대비함으로써 안정된 마음과 자신감을 얻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또 운동선수라는 전문 인력이 은퇴 후에도 지도자, 코치 등으로 관련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또는 어려움 없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이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선순환 구조에도 도움을 줘 스포츠 선진국의 튼튼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바람이 있다면.

“명백한 사실은 운동선수가 은퇴 이 후 취업을 못하는 현상은 사회적 문제이다.사실 인생을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고, 내 개인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하지만 운동선수의 은퇴 후의 삶의 사회적 문제는 몇 십년 전부터 진행 됐다.우리세대의 문제를 다음세대까지 준다는 것 보다 잔인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정부와 은퇴 후의 삶을 사는 운동선수들이 하나하나 작은 힘을 모아 다음 세대에게는 운동선수 이후 은퇴선수 삶의 방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운동선수의 은퇴 이후의 삶은 늦은거지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취재=송주현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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